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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문학동네 만화편집부입니다. 《만화다반사》와 함께한 2025년은 어떠셨나요? 출간 소식은 물론, 만화를 사랑하는 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한 해를 달려왔습니다. 매달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독자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2025년 《만화다반사》를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다가오는 2026년에는 더 새롭고 더 풍성한 만화 이야기를 가득 담아 찾아뵐 테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당연히, 책으로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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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화다반사_문학동네 만화편집부의 1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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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9·10권 출간
국가에서 정한 최저 생활비를 벌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정과 애환, 그리고 그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공무원들의 이야기!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9권과 10권이 함께 출간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빈곤 비즈니스’와 ‘주거 빈곤’이라는 사회 문제를 다루는데요, 집이 없어서 불안한 거주지를 전전하는 사람들에게 친절을 가장한 약탈을 일삼는 사회악이 등장합니다. 사회 약자들의 삶을 지원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인지, 행보가 주목됩니다. 밀착 취재로 완성한 웰메이드 사회만화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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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FACT에』 3·4권 출간 예정
“작가가 독자 상대로 사회 실험 하는 건가 싶음” “한 장 넘길 때마다 공감성 수치가 몰려오는 만화”라는 후기가 쇄도하는 문제작이자 화제작, 『어서 오세요! FACT에』 3 ·4권이 오는 1월 전4권으로 완결됩니다. 음모론을 신봉하게 된 ‘자낮’ 와타나베의 ‘공수치 유발 행동’은 후속권에 들어 더욱 심화됩니다🤦 그의 다음 타깃은 바로 짝사랑중인 이야마가 참여하는 자원 봉사 행사 ‘시끌 페스티벌’. 개최일인 8월 5일의 숫자를 더하면 ‘배신의 숫자’ 13이 된다는 무적의 논리로, 선생과 와타나베는 행사를 뒤엎기로 결심합니다. 과연 와타나베의 행방은 어떻게 될까요?! 『100미터.』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로 우오토 작가의 팬이 된 분이라면, 이번 신작도 놓치지 마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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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꽃 그릇의 숲』 9·10권 출간
한겨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순정만화 『푸른 꽃 그릇의 숲』이 드디어 완결입니다! 이번 9·10권에서는 겨울왕국 핀란드에서 펼쳐지는 만남과 엇갈림, 그 속에 피어나는 사랑… 상처의 치유, 서로를 구원하는 성장 서사… 마음 따뜻해지는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답니다❤️ 특히 핀란드 숲에서 아오코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다쓰키가 그려진 부분에서는, 교정지에 스피커가 달린 줄 알았습니다. 뇌에서 BGM이 자동 재생되는 진귀한 경험을 했어요. (저는 인디밴드들의 아련한 노래들이 떠올랐답니다.) 동시에 코끝도 찡해지고…😭 대사 몇 마디 없는 그 장면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이 경험을 꼭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 {뜨끈뜨끈한 방바닥 + 이불 + 만화책 + 귤} 조합으로 집콕 계획이 있다면 『푸른 꽃 그릇의 숲』을 강력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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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도대전 5부를 그린 12권이 옵니다. 조조와 원소의 끝나지 않는 전투. 설상가상으로 식량마저 바닥난 조조군에게 찾아온 희소식과 원소에게 들이닥친 갑작스러운 비극이 펼쳐지며 다소 허무하게 전쟁이 종결됩니다. 조조와 원소의 싸움은 끝을 맺었지만, 대륙의 어딘가에서 또 한 명의 영웅이 죽고 새로운 지도자가 탄생합니다. 언뜻 보이는 제갈량의 뒷모습, 형주에서 편안한 생활을 하며 너무 살이 쪄버린 유비의 등장으로 「적벽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12권은 오는 1월 출간 예정입니다. 랜덤 증정되는 초판 한정 부록은 손책, 원소, 조조의 포토카드로 준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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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티드 플라워』 7권 출간 예정
‘오타쿠의, 오타쿠를 위한, 오타쿠에 의한’ 코믹 에로 『스파티드 플라워』가 찾아옵니다. 남편과 아사카의 하룻밤에 대한 전말을 들은 아내의 전 남친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한 가지 방법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동아리 시절부터 만화가와 편집자로서 서로에게 영감을 주었던 오기노와 남자친구에게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이...!😳 『현시연』의 키오 시모쿠가 선사하는 패럴렐 월드, 역시 오는 1월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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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단행본 편집 가이드』 출간 예정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는 세로 스크롤의 웹툰. 엇? 그런데 단행본으로 볼 땐 놀랍도록 자연스러워…!😮 이런 건 단행본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바로 웹툰만 전문으로 편집하는, 웹툰단행본 디자이너가 있다는 사실! 『극락왕생』 『도토리 문화센터』 『기억의 해부학』 『효정의 발화점』 등 문학동네 웹툰단행본을 비롯하여 수많은 웹툰들을 ‘책’으로 옮겨온 현승희 디자이너님의 가이드북이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만화가가 되기 위해 공부하며 출판만화 형식의 ‘콘티’를 짜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일을 시작했다는 디자이너님이 직접 부딪혀가며 쌓아온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여러분이 소장중인 웹툰단행본,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혹은 웹툰단행본을 준비하기 위해서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작가님들&편집자님들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 책이 물음들을 해소해줄 겁니다. 내년 출간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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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10일마다 피할 수 없는 행복으로 인도하는, 두 남자의 애증의 흐름”을 네 글자로 줄이면? 주.의.평.화. 지난 6월부터 ‘봄툰’에서 열흘 주기로 연재중인 〈주의 평화〉는 주말 작가의 두번째 BL작품이다. 보좌진 내 서열 싸움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 ‘주인철’은 송문시 중앙동 일대 재개발 문제를 해결하라는 미션을 위해 내려갔다가 그곳에 살고 있는 체육관 관장이자, 옆집 남자이자, 수수께끼의 상처를 늘 얼굴에 달고 사는 청년 ‘안평화’를 만난다. 재개발 문제을 두고 그 청년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저 좀 때려주세요.” 재개발 문제 해결하려고 왔다가 더 어려운 문제(?)에 당면한 젊은 보좌관 인철은 과연…? “씨× 그냥 눈 딱 감고 하자.”
이러시면 저는 작가님을 인터뷰하는 수밖에 없어요… 현 시점, 아니 올타임레전드정통클래식노포맛집은 따놓은 당상, BL계의 권위자, 지배자, 군림자 주말 작가와 〈주의 평화〉에 대하여 《씨네21》를 방불케 하는 긴 인터뷰로 2025년 마지막 《만화다반사》를 장식해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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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안녕하세요. 《만화다반사》 독자분들께 웹툰 〈주의 평화〉와 함께 자기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주말: 안녕하세요. 《만화다반사》 독자님들! 저는 한국식 느와르맛 BL만화 〈주의 평화〉를 연재중인 주말이라고 합니다.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고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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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한국식 느와르맛 BL만화’라고 소개해주신 〈주의 평화〉는 서열 싸움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한 보좌관 주인철이 타 지역의 재개발 문제를 해결하라는 어명을 위해 무엇이든…(한숨🤦) 정말 무엇이든 BBANG이를 치다가 의문의 청년 안평화를 만나 인생이 살짝 꼬여버리는 이야기입니다. 일전에 미팅 때 이 짧은 이야기만 듣고도 “대박이다”라고 느꼈는데, 정말로 “대박”입니다. SNS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인기를 체감하시고 계신가요?
주말: 사실 론칭 전에 친구들에게 “10등 안에만 들어봤으면 좋겠다”라고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주의 평화〉의 키워드만 보셔도 아실 수 있듯이 제 취향은 한 번도 대중적이었던 적이 없었고, 이야기 진도가 초반부터 빠르게 전개될 것이 아니었기에 다수의 독자분들께서 ‘상대 안함’ 하고 외면하실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웹툰에서 주류로 여겨지는 그림체도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당시 친구들도 “너도 알다시피 어차피 네가 하는 건 마이너니까 마음 비우고 해라”라고 응원(?)해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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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저는 작가님께 줄거리 듣고 “너무 재밌는데? 이런 거 좋아하는 분들 제법 있지 않나?!” 싶긴 했습니다만 ‘대중성’이라는 게 참 어려워요. 까보기(?) 전엔 모르는데, 인기를 얻은 후에는 작품의 모든 요소들이 당연히 인기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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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주의 평화〉가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사랑을 받게 된 것 같아요. 댓글이나 응원함에 보내주시는 말씀들로 애정을 가득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도 좀 얼떨떨하지만요. 저는 제가 만화가가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고,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어서 가끔은 어떤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합니다… 조금 무섭기도 하고요.
편집자: 얼떨떨하시겠지만 좋은 작품이기에 응당 나타난 결과이자 반응입니다. 〈주의 평화〉는 키워드, 소재, 전개 속도를 다 떠나서 그냥 순수 체급 재밌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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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이어서 이야길 해보자면, 〈주의 평화〉는 BL이자 현실감이 물씬 드는 정치드라마입니다. 여기에 흑막이 있는 듯한 마을이 무대인 것까지, 굉장히 다양한 재미 요소를 가진 작품입니다. 아주 간단한 질문이지만 깊은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주의 평화〉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주말: 제가 만화를 한번 그려보면서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었는데,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려야 오래 즐겁게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전 만화가 제 계획보다 조금 더 짧아졌고, 그래서 다음에 만화를 하게 되면 좀더 스토리의 고저와 스펙터클이 있는 것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구상 단계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넣으면서 장편으로 끌고 갈 만한 스토리를 짜려고 했습니다. 지금의 담당 PD님을 처음 뵈었을 때가 2년 전 이맘때였는데요, 그때 이미 ‘좌천된 공무원과 아마추어 복싱선수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그때는 인철의 직업이 아직 정확히 보좌관으로 정해지진 않은 상태였고 ‘이런 내용을 그리고 싶다’ 하는 덩어리만 있는 상태였어요. 상부의 압박과 명령을 받는 남자. 외부인들이 보기엔 ‘뭘 저렇게까지?’라고 여겨지는 생각과 행동들이지만 그 과잉과 과열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어떤 이들만의 세계와 조직. 그리고 과거를 알 수 없는 이상하고 미친 어린 남자. 이게 큰 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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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그 세 가지가 〈주의 평화〉의 척추죠. 주인철에게 주어진 미션과 보좌관이라는 직업, 지역 도박장의 복서이지만 맞는 것을 좋아하는 안평화의 기구한 사정도 굉장히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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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평화라는 캐릭터는 내용을 구상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성격이나 외모 등의 변화가 거의 없는 반면 인철은 처음과 비교했을 때 꽤 많이 바뀌었어요.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리거나 머리가 짧을 때도 있었고, 인상도 더 날카롭거나 ‘미인’에 가까운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방황을 하다 문득 인철의 직업을 먼저 확실히 정하면 외형이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발품도 팔고 주변 지인들의 도움도 받아가며 여러 직업군을 인터뷰했습니다.
편집자: 확실히 재개발과 시 계획, 정계의 잇속, 지역 도박장의 생태 등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디테일해요. 말씀처럼 취재에도 공을 많이 들이신 듯합니다.
주말: 조사한 직업 중에는 행정직, 국가직 공무원분들도 계셨고 은행원과 같이 공무원이 아닌 분들도 계셨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두 분의 보좌관님을 인터뷰하고 고민 없이 보좌관으로 인철의 직업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캐릭터성이 보좌관이라는 직업에 많이 담겨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해당 직업을 가진 캐릭터를 웹툰에서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 매우 좋았습니다. (인터뷰에 답을 하고 나니, 다소 폐쇄적이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심한 직업군이라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걸 하는 게 좋고, 흔하고 보편적인 것엔 별로 흥미를 못 느끼는 이상한 사람이라 이 직업이 가진 ‘희소성’도 큰 가산점이 되었던 것 같아요.
편집자: 확실히 보좌관이라는 직업은 생소합니다. 사실 저는 보좌관이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구체적으론 몰랐어요. 그래서 그런지 보좌관 주인철에게선 굉장히 고압적이고 깐깐하며 낯설고 무섭다는 인상이 바로 풍겨요.
주말: 그렇게 드문 직업을 주인공의 직업으로 정한 후엔… 공부하는 시간을 좀 가졌습니다. 법률 유튜브, 부동산 블로그, 국회의원 자서전 등등요. 진심으로 이 만화가 아니었다면 제 스스로 단 한순간도 궁금한 적 없었고, 제 의지로는 찾아볼 일이 없었을 것들을 찾아봤던 것 같습니다. 힘들고 어렵기도 했지만 제가 공부한 만큼 이 만화에 나타날 것이라 생각해 꽤 열심히 했어요. 의외로 재미있는 것들도 많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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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공부한 만큼 이 만화에 나타날 것”이라는 말씀이 무척 인상 깊습니다. 취재한 걸 작품에 잘 녹이신 덕에 인철이 정말 절박한 상황이구나, 하고 실감할 수 있어서 더욱 해상도 높게 작품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볍게 들려주실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해프닝 같은 건 없었나요?
주말: 오히려 난관에 부딪혔던 건 본격적으로 원고를 시작하고 나서였습니다. 배경 작업을 하려면 ‘스케치업’이라는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아야 했는데, 저는 성격이 급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일단 집을 지어보기 시작했고… 결국 주인공들의 거주지인 ‘반성빌라’를 세 번 정도 재건축했어요. 다 지어놓고 인테리어를 하다가 부수고, 뼈대를 세우다가 다시 부수고, 친구들에게 보여준 후 또 부수고… 기회가 된다면 이전에 지은 집들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아무튼 이렇게 또 한두 달 정도는 건축가가 된 것마냥 집만 지었던 것 같아요. 이 과정을 본 친구들이 “차라리 그냥 네가 그려라”라고 했던 게 기억납니다…
편집자: 인철이보다 더 많은 것을 부수셔야 했군요…
주말: 아, 작은 해프닝이 하나 있었는데요. 〈주의 평화〉를 준비하다가 나라에 갑자기 너무나 큰 사건이 터졌었습니다…
편집자: 아앗… 설마…
주말: 약 1년 전… 그 사태가 맞습니다. 그러다 어려운 시간이 조금 지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갑자기 ‘내 만화… 론칭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내용을… 국회의원들이 나오고, 보좌관이 주인공인 만화를… 하필 이런 시기에…
편집자: 아앗…… 설마……
주말: 그러다가 어찌저찌 론칭일이 다가왔어요. 〈주의 평화〉는 사실 5월 론칭 예정이었다가 여러 사정으로 인해 6월로 미뤄지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PD님께서 전달 주신 날짜가 또 하필… 대선날이었습니다…! 이럴 수가…
편집자: 이건 운명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필요한 웹툰이, 필요한 때에 왔다”.
주말: 그렇게 결국 저는 개표방송을 보면서 〈주의 평화〉 1화가 업로드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네요. 다시 생각해도 조금 아득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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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살짝 이야기했지만 두 캐릭터 이야기를 좀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평화는 캐릭터 디자인부터 딱 ‘요즘 젊은이’라는 느낌이 나면서, 언뜻 홍콩영화의 비주얼도 생각납니다. 공(攻)이 수(受)한테 때려달라, 아니? 때리는 것도 아닙니다… ‘패달라’고 하는 웹툰은 정말… (없어서 못 먹죠) 쾌락을 위해 폭력을 바라는 마조히스트 공, 평화의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영향받은 모델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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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평화는 제가 이 만화를 구상하던 아주 초기에 모든 것이 바로 떠오른 캐릭터였습니다. 사실상 코어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존재 자체가 중요한 캐릭터인데요, 그래서인지 복싱선수라는 직업도, 말수가 별로 없는 성격도, 예쁘장한 얼굴과 그렇지 못한 취향도, 생각 없이 기른 듯한 머리 스타일도, 아직 풀리지 않은 과거사와 심지어 ‘안평화’라는 이름까지 모두 거의 한번에 만들어졌어요.
편집자: 평화는 왠지 그럴 것 같았달까요. 좋은 의미로 단순하고 명료하고 직관적으로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거든요.
주말: 저는 좀 흠결과 모순이 있고 이상한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평화는 모순 덩어리인 사람이에요. 상대를 때려눕혀야 승리하는 복싱이라는 운동을 하면서 맞기를 원하고, 운동선수가 직업인데 머리를 기른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아버지 성이 ‘안’ 씨인데 애 이름을 평화로 짓는 게 보통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편: NO PEACE…✖️🕊️) 이렇게 제 취향을 가득 담아 만든 캐릭터라 특별히 모델로 삼은 인물이나 캐릭터가 있지는 않은데요, 영감을 준 영화 속 캐릭터는 몇 있습니다. 이건 알고 싶지 않으실 분들도 계실 것 같고,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서 지금은 비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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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차차 작품을 통해 알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주인철은 보면 볼수록 더 매력이 깊어지는 인물입니다. 권력의 개로 살기를 자처하고, 어찌 보면 보수적이고 안정지향적인 인간인데 역시 그런 부류의 사람이 곤란에 빠져 수렁에 담금질되는 모습을 보면 미소가 지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없어서 못 먹죠2) 어쩌다가 송문시 중앙동에 당도하여 안평화라는 귀인(귀여운 인간)을 만나 인생이 재밌어집니다. 특히 13화에서 인철의 여자친구 효리가 “‘의원님’이 소개했으니까. 그래서 나랑 못 헤어지는 거야, 너는. 걱정 마. 내가 헤어지자고 한 거니까. 오빠 죽을 일 없게 알아서 잘 말씀드릴게”라고 쏘아붙이며 이별을 고하자 인철이 지은 표정이 인상 깊습니다. 이것이 여자에게 버림받은 남자의 얼굴인가…(P)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인데 마찬가지로 인철이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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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많은 분들께서 인철을 보며 “도대체 얼마나 성공하고 싶은 것인지 감도 안 온다”라고 해주시는 걸 볼 때마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승진 욕구, 출세 욕구, 야망과 체면치레로 똘똘 뭉친 남자이긴 하니까요.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이 인터뷰가 공개됐을 땐 이미 인철의 과거 장면이 조금 나왔을 테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만 인철은 태초부터 본인의 욕망과 성공만을 좇는 사람이었던 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렇게 된 사람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언급해주신 인철의 전 여자친구 효리의 대사도 물론 모두 맞는 말이지만, 인철이 정말로 전혀 마음이 없는데 의원님께서 시켰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을 염두에 두고 여자친구를 만날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건 이전에 만난 모든 애인 관계에서도 그랬을 것입니다. 의원님께서 시켜서 여자친구를 만나왔던 거라면 헤어지자고 했을 때 끝까지 붙잡았겠죠. 하지만 인철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편집자: 지금 상담중 갑자기 타자 속도가 빨라진 의사 선생님이 된 기분입니다. 인철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요.
주말: 인철을 설명하려면 ‘보좌관’이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해야 접근하기가 좀더 쉬울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오직 누군가의 당선과 성공을 위해 자기 인생의 삼분의 일 정도에 달하는 시간을 바쳤고, 실제로 그가 낙선하지 않고 승승장구해서 그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런 사람이 나이에 비해 굉장히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게 되면, 자연스레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은 다른 이의 칭찬 한마디에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사소한 행동 하나에 목숨을 걸기도 하잖아요.
게다가 인철의 직업인 보좌관은, 본인이 담당하는 의원이 한번 미끄러지면 그 보좌진들도 다 같이 실업자가 될 수도 있는 직업입니다. 이건 일반 회사와는 아주 다르죠. 부장님이 승진하지 못했다고 해서 대리나 과장까지 해고되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어제까지 그냥 국회의원이었던 사람이 내일 장관 임명을 받으면 그 보좌관은 바로 장관 보좌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타인의 입지에 나의 입지까지 걸린 것이나 다름없는, 매우 특수한 조직이에요.
편집자: 이 이야긴 인터뷰를 통해서 들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싶은 대목이네요. 직업에 대한 사정과 특수성을 알게 되니 인철에 대한 이해가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주말: 제가 인터뷰하면서 보좌관님께 일하실 때 가장 힘든 점에 대해 여쭤본 적이 있었는데, 주신 답변 중 하나가 ‘내 가치관과 다른 일을 해야 할 때’였습니다. 이런 직장에 인철은 20대 중반부터 있었습니다.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셈이지요. 그래서 이 길이 아니면 안 되는 사람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인철은 어쩌면 본인 스스로도 본인의 욕망과 출세욕구로 움직인다고 여기겠지만, 사실 기저에는 깊고 오래된 상하관계의 강한 힘이 그를 맹목적이고 열렬한 ‘개’로 만들고 있을지도요. 물론 어떤 큰 계기가 있을 수도 있겠죠. 이 굴레에서 나갈 생각을 감히 할 수 없게 만드는 사건이 있을 수도 있겠고요! 이것은 만화로 확인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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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전작인 〈와리가리〉 때부터 이어진 작가님 특유의 매력을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떨어지는 명함과 함께 인철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6화의 장면이 SNS에서 화제가 된 것은 작가님도 아시는지요? 그 명함에 적혀 있는 인물이나 회사명 등을 보고 독자분들께선 제법 놀라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카메라 화면과 비슷하게 컷을 그리는데, 그 점이 역시나 독자분들께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고요.
주말: 음… 솔직히 저는 ‘영화적 연출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연출한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그냥 제가 많이 봐서 익숙하게 할 줄 아는 것이 이런 방식이었던 것뿐이에요. 어떤 콘텐츠를 만들 때, 그 매체가 아닌 다른 매체의 스타일을 가져오면 뭔가 좀 색다르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드라마에서 주로 게임에 사용되는 1인칭 시점을 사용한다든가, 영화에서 만화처럼 화면을 양쪽으로 나누어 연출한다든가 하는 것들이요. 그래서 제가 사용하는 도구나 기술들이 만화에선 잘 쓰지 않았던 연출이라 아마 독자분들께서 새롭게 느끼시고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편집자: 어떠한 의도를 갖고 그렸다기보단 그간 작가님께 영향을 끼쳐온 것들, 혹은 작가님이 좋아해온 것들이 표현과 묘사하는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나온 느낌이 물씬 들었습니다.
주말: 저는 오히려 스크롤 웹툰의 고유한 연출 방식을 잘 다루고 싶어서 연재를 시작하고 웹툰 전문 학원에서 상담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힘을 줘서 신경쓴 장면들은 이런 것들보다는 컷 테두리를 벗어난 인물이라든지, 컷을 나누지 않고 세로로 길게 강조선을 빼서 타이틀로 이어지도록 연결했던 15화의 오프닝 신, 쓰러진 평화의 이명을 표현한 신 등이었어요.
편집자: 영화 레퍼런스는 전부터도 언급을 한 적이 있는데, 영화를 상당히 좋아하시는 게 느껴져요.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연출적 재미를 가미한 장면이 있으신지요?
주말: 제가 조금 힘을 줘서 연출한 부분을 몇 개 고르자면, 작중 인철이 모시는 국회의원 이명선에 관한 것이 많습니다. 잠깐의 등장만으로도 압도하는 포스가 있어야 해서 말투에도 신경을 쓰고 있고, 비주얼적으로는 대사를 가리면 이들이 국회의원인지 조직폭력배인지 알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려 하고 있습니다. 1화의 현충원 장면이 주인공 인철의 첫 등장이기도 해서 매우 중요했는데, 이 장면은 영화 〈신세계〉 와 〈대부〉의 장례식 장면들을 생각했습니다. 또 의원님과 부하 직원이 함께 나올 때는 되도록 강한 색은 모두 의원님에게 집중시키고, 보좌진은 최대한 무채색 계열의 옷을 입히고 있습니다. 의원님과 있을 때엔 직원들에게 자아가 없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의원실 직원 중 유일하게 권수(인철의 선임)만 의원님 옆에서 색이 있는 수트를 입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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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평화의 방에 붙어 있는 영화 포스터나 마찬가지로 방 안의 금붕어 또한 몇몇 영화들이 떠오르며 굉장히 낭만적이고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주말: 말씀처럼 공간에 관한 것도 있습니다. 집은 캐릭터의 성격도 나타내고 생활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장치여서 공들여 작업했는데요. 평화와 인철의 집은 벽지, 바닥, 타일 모두 동일하지만 인철의 집에서는 그것이 두드러지지 않도록 했고 평화의 집은 그것들이 다른 인테리어와 어우러져서 더욱 화려해 보이도록 했습니다. 평화는 편집자님의 질문을 포함해 많은 분들께서 말씀해주시듯 홍콩, 대만의 영화 속 분위기를 참고했습니다. 그래서 본인과 상반되게 생명력이 느껴지는 식물도 가득하고 어항에 물고기도 많습니다. 혼자 살면서 침대도 퀸 사이즈를 사용하고요. 반면 인철은 ‘이 동네에 오래 머무를 생각 없다’는 것이 느껴지도록 모든 가구를 최소화했습니다. 제대로 된 옷장도 없고요. 침대도 간이 일인용 침대를 배치했고 식탁도 따로 없는 아주 소박(?)한 살림으로 보이도록 했어요.
편집자: 분명 같은 건물에 사는데도 둘의 방은 전혀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는데, 그런 디테일과 의도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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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와야마 야마 작가님 만화를 보면 안경을 낀 얌전한 문과 소년과 체육계 쾌남 조합이 눈에 들어옵니다. 작가님 작품에서도 그게 느껴지는데요, 〈와리가리〉의 영서와 창원, 〈주의 평화〉의 평화와 인철. 소년스러운(하지만 천진과 순수와는 거리가 있는) 매력의 공과 혐성(?)의 소유자이자 삶의 풍파에 지친 세속적인 수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묘사되죠. 전 특히 창원과 인철, 착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차가운 남자, 하지만 내 남자에게도 (여전히) 차갑겠지…와 같은 캐릭터들의 올곧은(?) 인간됨이 너무나 좋습니다. 작가님의 소나무 같은 캐릭터 취향이 궁금하군요.
주말: 이 질문이 제일 답변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직접 설명하자니 너무 민망하기도 하고… 답변이 영원히 박제될 것을 생각하니 아찔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말을 아끼고 짧게 대답하겠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취향이 조금 넓어진 편이지만 여전히 포기 못 하는 몇 가지 조건들이 있긴 한데요. 둘 중 한 명 이상은 꼭 정장을 입어야 하고, 사회적 지위, 경제력, 나이, 사생활의 포지션이 반비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격이 안 좋고 이성을 좋아할수록 아래로 내려가게 만들고야 마는 것 같아요…
편집자: 이 답변엔… 너무 고마우신 분이라고밖에 할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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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와리가리〉 때부터 작가님을 좋아하는 팬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와리가리〉는 흑백 페이지 만화였던 반면, 〈주의 평화〉는 컬러 스크롤 웹툰입니다. 앞서 학원을 찾아가셨다고 할 만큼 공을 들이셨다 했는데, 스크롤 연출도 절묘하고 개성적으로 잘하셔서 놀랍습니다.
주말: 스크롤 형식의 연출이 제가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였는데 이런 칭찬을 받아서 너무 기쁩니다. 제가 자주 접하는 미디어의 형태는 대부분 가로로 긴 화면비의 것들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 매체, 출판만화 등이 그렇죠. 그런데 스크롤 웹툰은 세로로 긴 화면이기 때문에 제가 익숙하지 않은 포맷이었어요. 전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휴대폰 화면을 꽉 채우는 컷 구성에 마음이 썩 끌리지 않는 듯합니다. 하지만 스크롤 웹툰은 대부분 이런 구성이고, 어쩌면 이게 강점인 형식일 겁니다. 그래서 이런 점에 적응하고 이점이 되는 형식을 활용하는 데에 조금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아요. 여전히 설령 분량이 짧아 보일지언정 매 컷을 화면에 가득차게 그릴 생각은 잘 안 들지만요…
편집자: 연출, 작품을 그리는 태도나 방향성 등 종합적으로 여쭙고 싶습니다. 〈와리가리〉를 그릴 때의 작가님과 〈주의 평화〉를 그릴 때의 작가님. 두 창작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요.
주말: 일단 〈와리가리〉를 연재할 때는 〈주의 평화〉처럼 많은 취재를 하지도 않았고 준비 기간도 따로 없었습니다. 반면 〈주의 평화〉는 시작 전, 프리 프로덕션에 해당하는 사전 조사 기간만 네다섯 달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에게 느껴지는 두 만화의 무게감이 조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와리가리〉가 잔잔하고 가벼운 편이라면 〈주의 평화〉는 정반대죠. 어떤 만화가 더 소중하다는 것이 아니라, 〈와리가리〉는 친구들과 앉아서 수다를 떠는 기분이라면 〈주의 평화〉는 각 잡고 앉아서 토론을 하는 것과 같은… 그런 무게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와리가리〉는 주인공 두 명의 진로나 내면의 성장과 같은 보편적인 것을 다루고 있는 반면, 〈주의 평화〉는 상대적으로 독자분들께서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적고 다루기 민감한 소재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도 같아요.
편집자: 독자이자 작가님의 팬인 입장에선 로맨스 코미디의 일상드라마와 살짝 다크한 정치드라마, 결이 다른 두 작품을 탁월하게 그리고 소화하시는 게 신기하고 그저 즐겁게 감상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반면 두 작품이 굉장히 다르지만 한 사람이 그린 것이라고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주말: 공통점은 확실한데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전부 하는 것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만화가가 되겠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와리가리〉를 연재할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연재중이었음에도 저는 제가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당시 만화 내외적인 상황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에 더 가까울 것 같아요. 그래서 ‘어차피 한번 하고 말 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와리가리〉를 정말 제멋대로 그렸던 것 같습니다. 〈주의 평화〉도 상황은 달라졌지만 제 마음가짐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와리가리〉 이후 웹툰 제의를 받고 단순히 ‘이왕 한번 더 해볼 거라면 흑백만화는 해봤으니 컬러웹툰도 해볼까’라고 생각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으니까요. (이렇게 어려운 줄도 모르고…😭) 그래서 완결 후 돌아봤을 때 후회하거나 미련이 남지 않게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최대한 제가 정했던 방향 그대로 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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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곧 1부의 마무리입니다. (BL계의 『토지』 가자!!!) 〈주의 평화〉를 지켜보고 있는 독자분들을 위해 앞으로 이런 점을 주목해달라 하는 관전 포인트를 살짝 알려주신다면요?
주말: 스토리가 조금 어렵거나 의뭉스럽게 느껴지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철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지금까진 인철이가 쥐고 있는 정보가 별로 없었어서(…) 답답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인철은 30대 후반에 4급 공무원인 캐릭터입니다. 능력 있는 남자이니 조금 더 믿고 지켜봐주셔도 된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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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배경에 넣는 오브제들은 공간의 연식, ‘중앙동’이라는 동네의 낙후성 등의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배치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영화 포스터 같은 경우엔 캐릭터의 성격도 고려하고, 스토리적으로 어울리거나 약간의 복선을 줄 수 있는 영화들을 넣기도 했습니다만 그 외, 체육관이나 빌라에 붙어 있는 전단지, 경기 포스터, 글귀귀와 같은 것들은 특별히 주목해야 할 만큼 큰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아요. 이런 것들은 장면의 퀄리티나 분위기를 올려주는 MSG 같은 장치들이지, 메인디시는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물건이거나 이미지라면 포커스가 될 거고요. 독자분들께서 장면 안의 사소한 부분까지도 찾아봐주시는 것을 볼 때면 정말 기쁘고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만, 사실 중요하게 보시리라 생각하지 못하고 넣은 것이 대부분이기에 더 늦기 전에 양심 고백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편집자: 작품이란 것은 세상에 공개되고 나면 독자분들의 것이라고도 생각해요. 양심 고백이라 하셨지만 독자분들께서 작가님과 〈주의 평화〉를 좋아하시는 만큼 정말 꼼꼼하게 즐기고 계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또한 큰 즐거움이거든요. 그 즐거움은 팬분들의 몫이라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향후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작품 전반에서 보다 신경쓰거나 공을 들이는 부분이 있다면요?
주말: 저는 만화에서 스토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사를 정말 고심해서 쓰는데요, “~했어?”와 “~했니?”를 두고 며칠 내내 고민하기도 합니다. 독자분들께서 인물 간의 대화와 상황에 더 몰입하실 수 있도록 계속해서 더 노력할 테니 이런 점들을 재미있게 봐주시면 이야기를 만드는 창작자로서 더욱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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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정성스러운 이야기들 너무나 감사합니다. 《씨네21》에 준하는 압도적인 분량과 심도 깊은 대화 덕에 2025년 《만화다반사》 마지막 호를 절찬리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끝인사와 함께 작가님의 연말 계획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주말: 한 해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네요. 엊그제 론칭한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흐르다니…! 저는 아마 연말 내내 원고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업데이트 직전까지 수정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려서… 특별한 계획은 딱히 없고 집에서 작업하는 것이 전부겠어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영화관에서 하는 크리스마스 특별 상영 영화를 몇 편 예매해놓긴 했는데,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요. 일단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올 하반기에 여러분께 〈주의 평화〉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엄청난… 《만화다반사》에 인터뷰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독자분들 덕분이에요. 언제나 열렬히 응원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시는 사랑을 잊지 않고 열심히 작업할 테니 앞으로도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즐겁고 따스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미리 새해 복도 많이많이 받으시고요! 마지막까지 꼭 함께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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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편집자: 거의 10년 만에 파주 출판단지로 복귀한 동료분께서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여기는 민속촌인가, 하나도 변한 게 없네요”… 이런 환경에서 일하다보니 그해가 그해 같고 기억이 뒤죽박죽되기 일쑤입니다만, 그래도 곰곰이 되짚어보면 특별한 이벤트가 있긴 했습니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이대로 사라질 것 같아서 올해 연말에는 회고 리스트를 써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특별한 일, 좋았던 일, 아쉬웠던 일 등등… 올해의 만화 한 컷에는 『도토리 문화센터』 3권의 한 장면을 꼽고 싶어요. “직장인이 자아가 없다고 누가 그래. 모두가 영웅처럼 일하진 못해도 모두 다르게 일해.” 명언제조기 난다 선생님…bbb 이 대사를 가슴에 품고 2026년 새해로 나아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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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편집자: 연말연시가 되면 ‘새해 다짐’을 합니다. 올해는 ‘건강 챙기자’ ‘출간 일정을 잘 지켜서 여유로운 연말을 보내자’는 다짐을 했었어요. 이번주에 두 권을 마감하고 인쇄 감리를 앞둔 지금 되돌아보니… 다짐이 꼭 현실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매년의 루틴 같아요🥹) 하지만 별 탈 없이 한 해를 보냈으니 내년도 그렇기를 바라고 있어요. 여러분도 무탈하고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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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편집자: ‘미나미 Q타’를 아시나요?(a.k.a 미나미 큐타!) 우리나라에서는 『스쿠나 히코나』 『꿈의 온도』로 소개된 바 있는 순정만화 작가인데요. 내년엔 그분의 신작 『볼 앤 체인』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2025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 여성편 3위를 차지한 작품이기도 해요👏👏👏 주인공은 결혼을 앞두고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30대 여성 케이토와 지리한 결혼 생활 속에서 이혼을 고민하는 전업주부 아야입니다.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두 여성이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인생을 만들어나갈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어떻게 교차할지 궁금해지는 작품이에요. 편집할수록 『볼 앤 체인』엔 작가의 영혼 조각이 많이 들어가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케이토와 아야는 너무나 다른 캐릭터지만 각각 작가의 어느 한 부분을 딱 떼어와 빚은 것 같거든요. 그만큼 작가님이 애정을 쏟았다는 뜻이겠지요? 모쪼록 보시는 분들도 미나미 큐타 작가님의 영혼과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도록 잘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럼 내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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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편집자: 최근 TRPG라는 롤플레잉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취미가 하나 늘었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친구들 여덟 명과 모여서 했는데요. (일단 각자 생업이 있는 이 대인원이 제일 바쁜 연말에, 한날 한시에 만난다는 거 자체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 감동적이에요) 게임에 너무 과몰입한 나머지 주말인데 뭐하냐고 소소한 안부 연락을 한 친구에게 “살육의 군주를 죽여야 하는데 국자로 아무리 때려도 죽지를 않아”라는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친구가 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고 묻는데 저도 게임 끝나고 보냈던 메시지를 다시 읽어보니 ??뭔 소리지…? 싶었어요. 하여튼 그때는 정말로 얼마나 더 때려야 군주가 죽을지 감이 안 와서 진지했습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내년에는 만화편집부에서 무슨 책 나오냐고 묻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건 또 조만간 《만화다반사》를 통해 공개하겠습니다. 독자분들 너무너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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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편집자: 성지 순례라는 것에 뜻을 둔 적이 없었는데, 올해 잇달아 일본에 다녀오며 그 묘미를 맛보았습니다. 추천드릴 순례 스팟은 ‘에도도쿄건축정원’과 ‘홋카이도 박물관&개척촌’. 에도도쿄건축정원은 게임 〈오오에〉의 성지순례차 다녀왔는데, 삐걱이는 마룻바닥 소리를 들으며 저택을 서성였을 최애의 모습을 상상하니 참으로 즐겁더군요… 정말, 그곳에서 돌아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홋카이도 박물관&개척촌은 〈골든 카무이〉 성지 순례와 더불어, 홋카이도와 아이누족의 역사를 공부할 기회로서도 추천드립니다. 기념품 가게에서도 다양한 〈골든 카무이〉 굿즈를 팔고 있는데요. 전 ‘먹어도 되는 오소마(똥)’, 그리고 키로란케와 츠루미의 큐피 키링을 사왔답니다. (팀원들曰 “저주인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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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comics@munhak.com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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