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이 그어진 파란색 글씨를 클릭하시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
|
|
어느새 6월의 《만화다반사》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2025년의 절반이 지나갔다니, 믿을 수가 없군요······😱 날이 습하고 무더워지는 요즘,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만화편집부는 출판계 최대 연례행사인 서울국제도서전의 현장 업무를 돕고 견학하며 모처럼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일이 많았네요. 또 편집자와 칼럼니스트가 함께한 『돈덴』 북토크도 있었답니다. 행사, 6월 신간, 그리고 『언플러그드 보이』 이벤트 카페 소식까지 6월의 《만화다반사》에서 만나보세요💕 |
|
|
☘️지금, 만화다반사_문학동네 만화편집부의 6월 |
|
|
혼자 사는 오타쿠 성인 여성 대표자 츠즈이씨가 2종의 신작으로 돌아왔습니다!!! 『도약하라! 츠즈이씨』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던 대도시, 도쿄 라이프를 시작한 츠즈이씨의 좌충우돌을 그린 시리즈입니다. 만화 행사 ‘코미티아’를 당일치기로 다녀온 츠즈이씨의 에피소드 (숙박, 차편, 연차 확보 없이 만화 행사를 다녀올 수 있다고…? 거짓말…!)를 읽고 그의 도쿄 생활이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습니다. 여기에 혼자만의 충만한 시간,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움까지! 공감은 여전하되 생활감은 한껏 ‘도약’한 새 시리즈, 많이 사랑해주세요. 한편 유쾌했던 츠즈이씨가 사뭇 진지해지기도 합니다. 『노견과 츠즈이』에서는 사랑하는 노견과의 마지막까지를 담으며 우리의 일상이 애틋한 순간의 연속임을 그립니다. 얼마 전 나온 하토 작가님의 『쿠로와 함께한 여름』과 같이 읽어도 좋겠습니다. 누구나 맞이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을 대하는 이야기가 큰 위로를 주더라구요. (눈물샘: 폭발할게)
|
|
|
서로의 재능을 알아가며 조금씩 가까워진 아오코와 다쓰키는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동네 사람들~~ 드디어 두 사람 사귄답니다~~😆) 게다가 아오코의 중학교 후배네 회사에서 머그컵 제작 의뢰까지 맡기는 등 일과 사랑이 모두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마냥 행복해지면 이야기가 안 이루어지지요. 어느 날 다쓰키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핀란드에서 열리는 도예 전시회에 작가로 초청하고 싶다는 제안이었어요. 다쓰키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차지만, 아오코의 마음에는 서서히 불안감이 깃들기 시작합니다. 왜냐…! 다쓰키가 핀란드에 체류하는 기간이 한 달이거든요. 잠수이별했던 전 남친 있었잖아요. 그 전 남친도 처음 아오코를 떠날 땐, 한 달 후에 돌아온다고 약속했었어요. 요 ‘한 달 트라우마’가 계속 아오코의 발목을 잡습니다. 이 두 사람, 예쁜 사랑 이어갈 수 있을까요? |
|
|
👀『앨리스와 셰에라자드』 출간
「모로호시 다이지로 극장」 네번째 시리즈는 바로바로 여성 듀오👯의 활약을 그린 『앨리스와 셰에라자드』입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어떤 방법’을 이용해 사람 찾는 일을 하는 앨리스와 미스 홉슨이 펼치는 사건 수첩. 여성의 아름다운 손에 심취한 남성의 묘한 의뢰, 지인에게 빼앗긴 안구 眼球를 찾아달라는 여성,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전거를 타다가 다리만 가출한 여성의 다리 찾아주기 등 미스터리+기묘+개그를 담은 8편을 수록했습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 특유의 매력을 가득 담아내며 교차 교정을 본 편집자가 끊임없이 ‘ㅋㅋㅋㅋㅋ’를 남긴, 찐 재미 가득한 만화!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대표작 중 『시오리와 시미코』를 좋아한 독자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이에요~ 새로운 여성 듀오의 탄생, 6월 말에 찾아갑니다! |
|
|
7월 1일부터 10일까지, 카페꼼마 홍대점에서 『언플러그드 보이』 콜라보 카페가 열흘간 열립니다. (지난달의 『여학교의 별』 이벤트 카페와 같은 장소랍니다) 카페 콘셉트는 ‘Back to the 90’s’. 90년대 소녀들의 이데아였던 무공해 순수 소년 현겸이가 홍대에 등장한다니, 저로서는 아이돌 생일 카페 준비하는 기분입니다. 하나만 미리 스포하자면, 현장에서 작성한 팬레터는 천계영 작가님께 전달된다는 것💛 어쩌면 작가님의 답장을 받아볼 수 있을지도…?! 그 밖에도 카페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굿즈와 이벤트가 가득하니, 놓치지 말고 찾아주세요! |
|
|
지난 20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만리포 작가님의 『돈덴』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도대체 평범할 수 없는 여자들이 겪게 될 모든 다이내믹. 가장 진실한 ‘내 이야기’를 그리는 새로운 좌표.” 이러한 소개처럼 많은 분들께 강렬한 인상을 남긴 『돈덴』은 《한국일보》의 2025년 5월 2주 미디어 추천도서, 만화문화연구소 ‘이달의 출판만화’ 6월의 추천작품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선정을 기념한 북토크에는 궂은 날씨임에도 많은 분들이 귀한 발걸음을 해주셨습니다. 이 놀라운 작품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읽었을지, 그리고 어떻게 독자들에게 도착한 건지 많이 궁금하셨던 것 같습니다. Side B의 정다빈 PD님의 진행으로 김해인 담당편집자, 북칼럼니스트 박사님이 『돈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비 오는 금요일밤, 두 시간이 훌쩍 흘렀던 북토크 현장에서의 이야기를 간추려봅니다.
|
|
|
PD: 만화 뒤에 실린 대담 초반부를 읽어보니 만리포 작가님께서는 본인 작품이 단행본으로 출간될 줄 몰랐다 하시더라고요. 그런 작가님의 작품을 ‘책으로 엮자!’ 결심하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간단하게 귀띔해주시겠어요.
편집자: 만리포 작가님은 2024년 1월이 되자마자 「돈덴」을 SNS에 올리셨습니다. 일본에서 산 1년을 그렸다는 소개와 ‘만화 좀 봐주세요!’라는 당부와 함께요. 그래서 읽었는데, 「돈덴」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하는 이야기지만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생활감이 물씬 느껴지는 대사나 시적인 내레이션에 압도되었죠. 유명한 만화 밈을 빌려 말하자면 “좋아… 좋아요! 너무 좋지만… 이렇게까지 솔직한 건 좀 그렇지 않나?”하는 느낌으로요. 작가님은 ‘봐주세요!’라고 썼지만, 「돈덴」은 ‘내 만화 봐라!’ 같은 터프한 만화였어요.
그해 초여름에 만리포 작가님을 만나서 「돈덴」과 새로운 단편을 하나 더 그려 책을 내자는 약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단편의 후보는 총 3개였는데 하나는 작가님의 채식 생활 이야기, 하나는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 패션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이 「13살의 공산주의」였습니다. 이중 세번째 단편을 완성하여 단행본 「돈덴」이 나왔네요.
|
|
|
PD: 표제작 「돈덴」은 출간되기 전 작가님 SNS를 통해 한꺼번에 업로드되었죠. 그때 처음 만리포 작가님 작품을 보고 매우 충격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두 분도 웹에서 작가님 작품을 먼저 보셨을 것 같은데, 작품을 웹에서 봤을 때와 단행본으로 봤을 때 어떤 차이를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겐 단행본으로 출간된 「돈덴」의 느낌이 상당히 달랐고, 번개를 맞는 것처럼 번쩍번쩍한 충격이 더 강해져서 한 번 더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돈덴」과 「13살의 공산주의」를 연달아 같이 봤을 때의 인상도 강렬했고요.
칼럼니스트: 저는 오직 책으로만 『돈덴』을 보았습니다. 보통 웹으로 본 작품을 책으로 옮겼을 때 다시 보면 밀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돈덴』은 그런 인상 없이 편집이 잘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웹으로 만화를 볼 때는, 특히 트위터와 같은 SNS를 통해 볼 때는 마치 네컷만화처럼 한 그림의 크기가 거의 똑같이 느껴져요. 그런 의미에서 단행본 『돈덴』의 72-73쪽, “완전한 여자가 된다면”하는 내레이션과 함께 양 페이지를 할애해 크게 들어간 장면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 왔습니다.
편집자: 「돈덴」은 참 특이한 만화인데 책으로 보니 더 와닿았습니다. 일단 대사들이 화면 여기저기 흩뿌러져 있어요. 규칙성이란 게 별로 없습니다. 보통의 만화를 읽고 편집할 때 고려하는 시선의 이동이나 문법 같은 게 좀 안 통하는 만화였습니다. 만화가 아주 자유로워요. 개인적으로 책으로 「돈덴」을 보며 “책은 너무 책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작가님이 갖고 있는 생각과 매력을 빠짐없이 모두 담기에는 책이라는 매체가 살짝 좁다는 생각을 했어요. 책이란 참 정적이고 정직하고 정갈한 공간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내면을 읽기에는 또 책보다 더 적합한 매체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돈덴」을 책으로 보아서 저 역시 독자로서 무척 기쁩니다.
|
|
|
PD: 만리포 작가님의 화풍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표제작 「돈덴」은 한여름 일터에서 생리하는 인찬의 남색 유니폼이 강렬한 빨간색 배경 위에 그려져 있습니다. 섬세하고 얇은 선에 선명한 색 조합이 만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상당 부분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돈덴』의 작화에 관해선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편집자: 전체적으로 그림의 선들이 무척 성글고 채색 또한 삐져나온 부분이 있고 듬성한 느낌인데요, 작화를 보완해보면 어떻겠냐는 편집부의 의견도 있었지만 저로서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쾌해 보이기도 하고 자유로워 보이기도 하고, 속 시끄러운 사람의 마음속 같아서 어울립니다. 제가 『돈덴』의 작화 중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는, 화자의 말투라든지 읽는 이에게 던지는 내용에 따라서 그림체나 채색법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25쪽 “성욕만 왕성하고 미래는 뒷전이고 향상심은 이제 거의 깜부기불같이. 자기 샴푸 냄새에 성욕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출근’이라는 굉장히 시적이고 노랫말 같기도 한 이 내레이션부터 해서 27쪽까지는 선이 없고 꼭 유화처럼 배경과 새와 인물이 그려져 있어요. 33쪽의 ‘나 왜 이렇게 고맙지? 사실 뺨을 쳐주길 바라고 있다.“ 34쪽의 ”저는 취향이 분명합니다. 뺨, 목, 엉덩이 외에 다른 부위를 맞는 건 싫어합니다!“라고 이 만화에서 가장 내밀한 성 취향을 고백하는 장면 또한 비슷한 풍으로 그려져 있지요. 누군가에게 선언할 때, 나의 가장 비밀스러운 부분을 밝힐 때 등 질감, 채색을 달리하며 분위기를 획획 바꾸는 것 또한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칼럼니스트: 저 역시 펜화, 유화, 색연필 그림 등 다양한 텍스쳐로 그려진 작가님의 작화가 무척 좋았는데, 저는 특히 이 부분에 눈길이 갔습니다. 작가님이 등장인물의 눈동자를 그릴 때 흰자위를 살짝 파랗게 칠하시더라고요. 독특해서 기억에 남았는데, 「돈덴」에 오키나와에 사는 할아버지의 눈에 관해 “광이 나는 눈, 눈의 광채”라고 하는 장면에서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파란 흰자위 때문에 책 속 모든 인물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크고 작은 광기를 갖고 있는 듯이 느껴집니다.
|
|
|
PD: 『돈덴』에는 자전적인 이야기인 표제작과 「13살의 공산주의」라는 픽션이 함께 수록되어 있고, 두 작품이 서로 닮은꼴이라고 느껴집니다. 두 작품을 연달아 보았을 때, 감사의 이야기는 ‘또다른 인찬’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인찬과 감사라는 화자가 작품 속에서 섹스, 여자, 정치, 다른 사람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주제, 그러나 서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주제를 얘기할 때 그중 어디에 가장 집중하며 만화를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편집자: 표지 시안이 여러 개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제 맘을 사로잡았던 것이 인찬과 감사가 함께 림보의 막대를 통과하고 있는 그림이었어요. 낮은 높이의 막대를 인찬과 감사가 열심히 허리를 뒤로 젖히며 통과하는 그림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감사가 자라서 인찬처럼 되는 거 아니냐고도 하시고요. 둘을 비슷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하여튼, 제가 가장 집중하면서 본 정체성은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제 친구가 10년 넘게 도쿄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고 있어 그런 것도 있습니다. 그 친구가 얼마 전 출장중에 호텔에서 예상치 못한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는데 “내가 한국인이라 이런 걸 당하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나라에 10년을 살아도 여전히 자기가 이방인이며 배척당하는 기분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구나… 조금 마음이 안 좋았어요. 사람이 계속 그런 취급을 당하며 살면 ‘대미지’를 입습니다. 정말로 마음이 점점 깎여나가요. 이를테면 인찬도 오키나와 할아버지에게 동질감을 느끼지만, “아가씨가 말하는 ‘영스증’은 ‘영수증’이겠지?”라며 ‘꼽을 당하며’ 그 동질감이 일방적이었다는 것을 느끼죠. 또 만화가 시작할 때 일본에 살며 동료들에게 배운 단어를 나열하는데, 그 단어들이 일본어 교재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고 현지에 살아야 습득하게 되는 단어라서 인찬의 이방인 정체성이 제겐 크게 와닿았습니다.
|
|
|
PD: 만화 본편뿐만 아니라 마지막에 실린 이자혜 작가님과의 대담도 많은 분들께 회자되는 것 같습니다. 문학동네 만화편집부에서 출간되는 한국 작품 중에선 작가의 코멘트를 싣는 경우가 꽤 많은데, 그중에서도 대담이라는 형식은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만화 두 편으로 책을 마무리하지 않고 대담까지 실으려 한 이유가 있을까요?
편집자: 작가님과 미팅을 딱 한 번 했는데, 다른 작가님들과의 미팅과 비교해도 그날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앞서 그리려고 했던 세 단편 중 작가님이 채식을 하셨다는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작가님은 학창 시절부터 채식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에야 채식이 마치 라이프스타일처럼 여겨지며 두루 인식되고 있지만 제가 중학교 때를 생각해보면… 그때의 저는 채식이란 개념조차 제대로 몰랐는데 말이지요. 작가님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고, 꼭 만화의 형식이 아니더라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것이 에세이여도 되고 누군가와 나눈 대화여도 되니, 만리포 작가님의 말과 생각을 보여줄 수 있는 형식과 구성을 책 속에 늘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각 단편의 후기도 작업 후기가 아니라 짧은 산문을 작성해달라 했습니다. 그 글에서 나온 말들 중에서도 인상 깊은 게 많습니다. “나는 풀이 덜 먹은 사람의 아집으로, 만약 진상 손님이 거하게 시비를 건다면 그 앞에서 바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아주마 하고 벼르기도 했다”라는 「돈덴」의 터프한 후기를 읽고 있으면 저도 조금 강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
|
|
PD: 대담 중 만리포 작가님께서 “완전한 여자”라고 언급한 부분도 함께 얘기해보고 싶은데요. 출간 전에 「돈덴」 마지막 장면인 “완전한 여자가 된다면, 여자 그 자체가 된다면”을 보고 여기서 말하는 여자란… 무엇일까? 궁금해했었고, 단행본 출간 후 대담을 읽은 다음에는 작가님과 제가 생각하는 ‘여자’가 상통하는 지점이 있다고 느껴 남몰래 즐거워한 기억이 있습니다. 두 분께 해당 장면은 어떻게 다가왔는지, 그리고 두 분 안의 ‘여자’가 작품과 대담 속 ‘여자’와 같거나 다른 점이 있는지에 관해서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편집자: 일단 대사를 읊어주셨지만 만화니까 그림을 함께 생각해야겠죠? 그 대사가 나온 장면에서 수많은 인찬이가 시부야 공원의 용역들과 남자들을 끌어안거나 장난을 치거나 키스하거나 하고 있습니다. 보자마자 탄성이 나오고 머릿속이 시원해졌습니다. 「돈덴」에서 인찬은 정말 다양한 자신을 보여줍니다. 작품을 소개할 땐 여자, 이방인, 노동자를 대표하여 썼지만 퀴어, 일용직 노동자, 약간은 남다른 성취향의 소유자, 누군가의 친구… 인찬, 너 대체 정체가 뭐냐? 라고 물어도 그 모든 것이 인찬입니다. 그리고 72-73쪽 양면에 걸쳐 등장한 수많은 인찬을 보니, 그 모든 정체의 인찬들이 여기 이 한 장면에 모여 있는 듯했습니다. 이 여자들 다 누구야? 우리 다 인찬인데요. 하는 느낌. 그런 점에서 쾌감과 탄성을 느꼈던 것 같아요.
모두 머릿속에 여자 하면 떠오르는 어떤 여성상이 있을 겁니다. ‘여자’라고 하면은 어떤 외형이고 어떤 성격일 것이다. 그렇게 떠오르는 일률적인 존재가 어쩔 수 없이 있습니다. 어떤 분은 머리가 길고 치마를 입고 있으며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또 어떤 분은 굉장히 강인하고 카리스마 있고, 때로는 좀 억척스러운 사람을 떠올릴 수 있고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중 여자가 아닌 건 없습니다. 모두가 여자입니다. 왜냐면 제 주변엔 실제로 머리가 길고 치마를 즐겨 입으며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있고, 굉장히 시원시원해 기차화통 삶아 먹은 듯한 여자 친구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들 자기 성격이나 취향을 긍정하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입니다.
칼럼니스트: 작가는 작품으로만 이야기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실어주신 에세이와 대담 덕에 작가님의 생각을 깊게 읽을 수 있었는데요, 이자혜 작가님과의 대담 중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게 있어 진정한 합리적 판단이란 자기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이 맞물리는 지점을 노리는 판단입니다”. 저는 이것의 의미가 어떤 공동체에 포함되지 못하고, 사회에서 자꾸만 배척을 당하는 소수자로서 살 수 있는 실용적인 방식이라 생각했고 인상 깊게 읽혔습니다.
뒷표지에 실린 문구 또한 그렇습니다. “여자란 즙 짜기 일쑤고 남자 때문에 갈팡질팡하며, 정에 휘둘리고 툭하면 도움을 요청하고,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라 하죠. 저는 즙 짜고, 도움을 요청하고, 정에 호소하고 휘둘리며 살고 싶습니다”. 세상은 이런 즙 짜고, 호소하고, 휘둘리며 사는 성질과 속성들을 부정적이라 여기며, 이런 식으로 살지 않을 거라고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아니, 난 그렇게 살겠다’ 그렇게 말하는 듯해 통쾌함을 느낍니다. 이 ‘있는 그대로 살겠다’라는 선언이 ‘완전한 여자’와 통하는 듯합니다. 인간 한 명은 ‘덩어리’입니다. 으레 ‘여자답다’로 여겨지는 성질들, ‘남자답다’로 여겨지는 특성들, 인간은 그 모든 것이 합쳐진 덩어리입니다. 누군가는 그중에 어떤 성질을 부정하며 자신에게서 떼어내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울면 약해 보이니까 울지 않겠다며, ‘눈물’ ‘약함’이라는 부정적인 것을 자신에게서 떼어내겠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이야긴 ‘나는 불완전해지겠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
|
|
PD: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 덕에 마지막 질문이 기다리고 있네요. 혹시 더 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편집자: 오늘 왠지 「돈덴」에 대한 이야길 더 많이 나누었는데, 두번째 단편 「13살의 공산주의」의 이야기를 좀더 들려주실 수 있나요?
PD: 저는 개인적으로 「13살의 공산주의」을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 결말을 물음표로 끝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셨는데, 그 말도 무척 좋았습니다. ‘이 작가가 계속 창작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요.
칼럼니스트: 저는 자전적 이야기인 「돈덴」을 읽고 픽션인 「13살의 공산주의」를 읽어서 이 책이 단순히 ‘나’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주는 흥미 단계에 그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13살의 공산주의」에는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가진 여러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감사는 유복한 집의 딸입니다. 아버지 회사의 직원인 황실장, 연변이모와 그 아들은 사회적 지위로나 부유함의 정도로나 감사 가족과는 큰 차이가 나죠. 감사와 부모도 다릅니다. 아버지는 탈세하고, 어머니는 아버지와 달리 지적인 체 하지만 ‘연변이모’로 나오는 가사도우미에게 분비물이 묻은 딸의 팬티 빨래까지 시킵니다. 이처럼 사회적, 정서적인 위치가 아주 다른 사람들이 「13살의 공산주의」에서 일시적인 공동체를 이루며 삽니다. 그런데 이 공동체가 와해되기 직전에 아빠의 비밀을 밝힌 후 자리를 뜨려는 황실장과의 마지막 장면에서, 감사는 아무 말 없이 팔을 벌리며 안아달라고 해요. 또 좋아하던 남자가 떠나고 연변이모의 아들 건호조차 집에 오지 않게 되자 건호에겐 머리를 쓰다듬어달라 하고요. 감사는 되바라지게 모든 것을 말로 따져 묻는 캐릭터인데요, 마지막 순간에는 말없이 타인에게 포옹과 쓰다듬을 바라고 위안받습니다. 이것이 이질적일 수밖에 없는 동상이몽 공동체가 어떻게 살아가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집자: 건호와 감사의 그 장면은 제가 「13살의 공산주의」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뒷날개에 감사와 건호가 사인한 차용증 그림을 넣었을 정도로요. 감사는 굉장히 순수한 친구입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완벽한 평등과 공산주의를 이야기해요. 근데 그럴 수가 없거든요. 인간은 약해지는 순간이 오고, 누군가의 대가 없는 손길을 바라는 순간이 옵니다. 혹은 나한테만 허락된 특별하고 차별적인 무언가를 바랄 수도 있습니다. 공산주의자인 감사지만 건호에게 무려 46만 원어치의 쓰다듬을 빌립니다. 살다보면 이렇게 자본주의적 위로(?)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 돈을 빌려주는 모습, 누군가에게 손길을 내밀어 쓰다듬어주는 장면이 전 가장 좋았습니다.
|
|
|
PD: 오늘 북토크에 참석한 모든 분들께 『돈덴』 단행본이 한 권씩 증정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만화 좀 본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말 크게 화제가 된 작품이지만, 오늘 오신 분들께서 증정받은 단행본으로 또 다른 영업을 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두 분은 어떤 사람들에게 『돈덴』이라는 만화를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모든 ‘한국’ ‘여자’들이 『돈덴』을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저는 에세이 쓰는 것을 가르치고 있기도 한데, 제 수업의 학생들이 읽었으면 합니다. 말하자면 ‘창작자’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이네요. 제가 가르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이 솔직함이에요.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 가치를 지닌다는 이야길 많이 하는데, 솔직함이 어떻게 세상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돈덴』을 읽고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편집자는 자신이 편집한 책, 자신이 반한 작가님의 이야기가 세상에 한 분이라도 더 닿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특별히 어떤 분들에게 이 책이 도착하길 바라냐면, 외로운 사람들이요. 옆에 누가 없어서 외로운 게 아니라, ‘나만 이런 생각하고 사는 줄 알았어’ 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 어릴 때부터 좀 별나다는 취급받으면서 산 사람들이요. 오해하실까봐 말하지만 「돈덴」은 보통의 공감을 자아내는 책은 아닙니다. 그치만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군, 할 때 오는 안도와 용기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
|
독자 질문 : 『돈덴』도 그렇고 물성을 가진 ‘책’으로 작품을 출간하는 가치와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편집자: SNS나 포스타입과 같이 본인이 흥미를 가질 만한 작품들이 모인 곳을 빠르게 찾고 좇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분들, 즉 이십대와 삼십대의 여성 독자분들이라면 온라인상에서도 좋은 작품을 접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독자분들은 SNS와 포스타입 밖에도 많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지난 4월에 열린 독립만화 북페어 ‘칸새’에 『돈덴』의 샘플북을 비치해두었습니다. 거기서 50대 아버님과 20대 따님이 붙어 앉아 『돈덴』을 같이 읽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돈덴』이 책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보기 어려웠을 풍경이라 생각했어요. 그 구체적인 순간을 보았을 때 『돈덴』이 책의 모습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찾아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PD: 오늘 이러한 북토크가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이 아마 책으로서 『돈덴』의 의미고 출판의 의미라 생각합니다.
칼럼니스트: 저는 다른 측면에서 이야길 해보자면, 『돈덴』은 약간 불친절한 만화입니다. 누구의 대사인지 화자가 모호할 때도 있고, 대사와 독백의 경계가 불분명하기도 하고, 독백의 내레이션만 쭉 따라서 읽었을 때, 대사만 따라 읽었을 때의 맥락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대사 뭐지?” 하고 몇 장 앞으로 다시 돌아가 읽은 적이 많았어요. 펼쳐진 책을 잡고 바로바로 원하는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었는데, 웹툰이었다면 이러한 독법은 아마 어려웠을 겁니다. 이처럼 생각할 지점이 있는, 여백이 있는 대사들을 담기에는 출판물의 형식과 형태가 더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
|
|
|
독자 질문2: 「13살의 공산주의자」 마지막 장면과 마지막 대사, “감사의 규모를 배격한다”하고 누워 있는 감사의 모습이 저로서는 바로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두 분께서는 이 장면을 어떻게 보셨나요?
칼럼니스트: 그 부분이 단번에 잘 와닿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삶, 그 삶의 규모, 그 삶의 조건들.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의 규모,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행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을 담을 수 있는 내 ‘그릇의 크기’를 점검한다는 의미로 저는 읽고 느꼈습니다.
편집자: 저도 비슷한데요, 이 세상에서 ‘나’라는 사람이 차지하는 규모라든가, 내가 연마하고 형성해야 가야 하는 가치관 같은 것들의 균형을 맞추어간다는 의미로 생각했습니다.
만리포 작가님의 대사들이 친절하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실제로 편집하는 과정에서 크게 윤문을 하거나 대사를 읽기 쉽게 고치지 않았습니다. ‘배격’이라는 말도 한자어니 충분히 다른 단어로 대체하거나 풀어 쓸 수 있는데도요. 작가님은 왜 ‘배격’이라는 단어를 썼을까요? 여러 번 작품을 읽고 생각해보시는 것이 『돈덴』이라는 작품을 즐겁게 읽는 방법 중 하나가 되어줄 겁니다.
|
|
|
『돈덴』 이달의 출판만화 선정 기념, 만리포 작가님의 소감 영상 중에서
|
|
|
🥝J편집자: 올해도 절반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독자분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에게 6월은 엄마들과 댕댕이의 달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우리 팀 출간작 중에 엄마와 댕댕이에 관한 이야기가 여러 권 있었거든요. 우선 평생을 함께한 반려견 쿠로를 떠나보낸 하토 작가님의 이야기 『쿠로와 함께한 여름』에 이어 츠즈이씨와 애견(사랑이 개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A의 이별을 다룬 『노견과 츠즈이』가 곧 나옵니다. 사랑받지 못한 기억 때문에 엄마를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모르게 된 딸(『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과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의 순간을 기록한 딸(『순간을 달리는 할머니』), 그리고 생활보호를 받는 상황에서도 잉태한 아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엄마의 이야기도 있었네요(『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7·8』). 비슷한 소재를 다룬 이야기를 연달아 읽다보면 세상은 다양한 사연과 감정으로 흘러넘치는구나 싶다가도 ‘아, 그래도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구나’ 하는 공감대를 느끼곤 합니다. 창작자 분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부단히 그러한 공감대를 찾고 계신 거겠죠? 덕분에 제 감정과 경험도 풍요로워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
|
|
🍓B편집자: 많은 출판인들이 주목하는 연례행사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관람하러 다녀왔냐고요? 우리 회사 부스 지킴이로 다녀왔습니다!🤗 그래도 틈틈이 다른 부스 염탐(?)하며 책도 들여다보고 (특히나) 굿즈와 이벤트를 눈여겨보았어요~ 참 다양한 책과 굿즈들로 꽉 찬 공간이었습니다. 관람하면서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고 받은 몇 개의 굿즈 중에 제일 맘에 드는 건 ‘키캡 키링’인데요, 누를 때마다 달각달각 경쾌한 소리가 나고 불도 들어와서 자꾸만 누르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빠져든다, 빠져들어...) 가끔 일이 잘 안 될 때 달각거리면 능률이 오를 것 같아요~ 오늘부로 저의 최애템이 되었습니다❤️
|
|
|
🍋A편집자: 배보다 배꼽이 더 인기가 많다~? 『펀자이씨툰 -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 1·2권의 이야깁니다! 인스타툰 펀자이씨툰의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 시리즈는 연재된 에피소드가 정말 다 너~무 좋았어요. 모두 담고 싶었지만 흐름상&분량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많은 부분 덜어내고 합치고 하면서 두 권, 약 600쪽(권당 300쪽 내외) 분량으로 추려졌습니다. 이중에서도 아까운 에피소드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특히 애정한 에피소드는 요 에피소드예요.
|
|
|
남의 팔자 걱정 말고 자기 팔자 걱정하자!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의 명언 234870개 중에 하나죠. 제가 무척 아끼는 할머니표 명언입니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를 넣자니 분량이 한 페이지라 위치가 애매해지고, 전체 흐름이 매끄럽지 않아지더라고요. 에피소드 하나만 딱 보면 재미있는데 말입니다. 요런 반짝반짝한 에피소드가 한 두 개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런 에피소드들을 모아모아 그러모아 *별사탕 만화책*이라는 초판한정 별책부록으로 구성했습니다. ‘별사탕’이라는 별명은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 단행본 기획 구성 초기부터 붙었던 이름이에요. 건빵에 들어 있는 별사탕 아시나요? 별사탕이 건빵의 삼삼하고 담백한 맛에 변주를 주잖아요. 그런 것처럼 요 별책부록도 독자님들께 보너스 같은 깨알 재미를 줬으면 해서 초판 한정으로 준비해본 것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독자분들이 좋아해주시고, 재밌어해주셨어요. 만든 보람이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초판은 눈 깜짝할 사이 소진… 아마 지금은 구하기 어려울지도 몰라요…) 이외에도 많은 이벤트들 준비하고 있습니다!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의 감동과 재미는 계속 이어집니다~ 기대해주세요~!
|
|
|
🍇H편집자: 『초지일관! 벌거숭이 츠즈이씨』에 이어 『도약하라! 츠즈이씨』도 편집해 출간합니다. 2020년부터 츠즈이씨의 에세이 시리즈를 한 권마다 내고 있으니 저에게는 츠즈이씨가 왠지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키우는 개가 죽기까지를 그린 『노견과 츠즈이』를 읽으면서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항상 밝아 보였던 친구가 뭔가 나한테 엄청 중요한 걸 털어놓은 것 같다고 해야 되나… 어떤 장면에서는 츠즈이씨가 아픈 개를 돌보느라 (아무리 사랑해도) 정말 많이 지쳐 있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별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가 큰 편인데(누군가와 헤어질 때도 꼭 주술처럼 “또 봐요”라고 인사합니다) 강아지를 키우지 않더라도 이 책에서 츠즈이씨가 슬픔을 소화한 방식을 자꾸만 생각하게 될 거 같습니다. 슬픈 기억을 자기 안에서 자꾸만 재생시키는 것은 엄청 힘든 일이고 그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형식과 모습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더욱 힘든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츠즈이씨는 정말로 좋은 작가라는 걸 오랜만에 새삼스레 다시 느꼈습니다.
|
|
|
🍒C편집자: 사회인이 되고 나서 가장 어려운 것은 주변 사람을 때맞춰 챙기는 일이라는 걸 곱씹는 요즘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친구A의 생일은 벌써 한 달 전이고, 친구B에게 연락 안 한 지는 1년이 넘어갑니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마음에 『쿠로와 함께한 여름』을 5권 정도 쟁였습니다(!). 제가 편집한 책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한 적이 좀처럼 없는데, 이 책만큼은 주변 반려견주들에게 나눠주려고 셀프 사재기를 감행했습니다. 제가 아는 강아지들은 까만 털, 갈색 털, 하얀 털… 몰라보게 크게 자란 녀석이 있는가 하면, 어느덧 나이를 먹고 털 빛깔이 바랜 아이도 있습니다. 강아지들이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여러분도 올 여름이 가기 전 안부인사 겸 한 권 건네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
|
|
문학동네 comics@munhak.com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