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이 그어진 파란색 글씨를 클릭하시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
|
|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오늘도 빵빵한 이야기보따리를 들고 온 《만화다반사》입니다. 이번 호에는 아주 특별한 초대손님이 있어요! (두구두구🎉) 바로~ 문학동네 국내문학팀의 김영수 편집자님입니다👏 김영수 편집자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디테일한 만화편집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문학편집과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재미를 느껴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김달 작가님의 단편집 포스타입 펀딩, 『마이 홈 히어로』 26권 완결, 『언플러그드 보이』 복간 등 2~3월을 짜릿하게 만들어줄 만화 소식을 가득 준비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
|
☘️지금, 만화다반사_문학동네 만화편집부의 2월 |
|
|
🌊『해변의 스토브』 출간
지난 호에서 살짝 언급했던 『해변의 스토브 오시로 고가니 단편집』이 출간됐습니다! “떨치는 것도 도망치는 것도 쉽지 않고 무력해진 와중에도 따뜻한 물에 풀어놓은 목욕비누처럼 스미는 이야기가 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는 브로콜리 너마저 윤덕원님의 추천사가 마음을 울립니다… 『해변의 스토브』는 2024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 1위의 작품인데, 사실 이 선정 소식에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 만화가 대단하다!〉는 상업적인 ‘히트작’ 중심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요 몇 년 사이 그 경향성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더라고요. 이 이야긴 곧 어디선가 더 자세히 해볼 예정입니다🤔 놀람과 별개로 이 만화가 1위라는 것에는 당연 공감하며, 여러분의 마음을 정리하고 가볍게 해줄 책이라고 자신합니다. |
|
|
💉『김달 단편집』 1·2권 포스타입 펀딩 시작
김달 작가님이 포스타입을 통해 연재해온 단편들이 책으로 출간됩니다. 각 권의 주요작품으로 제목을 붙인 『여자가 자살하는 나라』와 『운명의 소녀들』의 펀딩이 지난 24일부터 시작, 오는 18일에 종료됩니다. 펀딩이니 당연히 굿즈도 준비해보았어요. 키링, 노트, 스티커 3종인데 굿즈 욕심이 전혀 없는 저… 미리 만들어본 샘플본이 도착한 날부터 바로 보호필름을 떼고 사용중입니다 ♥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이죠. 작가님의 정수를 담은 이야기집이자 동시에 각 단편 후기, 단행본용 추가 |
|
|
만화, 담당편집자·동료작가와의 대담, ‘김달 유니버스’를 이해하는 성훈 비평가님의 칼럼(너무 좋아요👍)까지 풍성한 구성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단편집을 편집하는 동안 ‘한 창작자를 가장 깊게 이해하고 만날 수 있는 책’으로 만들고자 생각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
|
🌊『투명한 요람』 7·8권 출간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만화 『투명한 요람』 7·8권을 출간하였습니다. 이번 권에서도 임신과 출산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개됩니다. 저는 특히 7권의 49화, 50화인 「출산 후에」 편을 보고 펑펑 울었어요… 출산 후 아이의 심장에 문제가 있어 NICU (신생아집중치료실)로 보낸 사연인데요, 아픈 아이를 안아주지도 못하고 보기만 해야 하는 엄마의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있을까요. 정말 편집하는 내내 눈이 3자가 되었습니다(ㅠ_ㅠ→3_3) 그리고 8권에서는 일본의 무통 분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본에서는 출산 시 무통 주사를 선택하는 비율이 현재까지도 굉장히 낮더라고요. 저도 몰랐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그에 얽힌 사연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무통 주사는 무통 주사가 아니에요. 감減통 주사입니다!!!). |
|
|
👨💼『마이 홈 히어로』 26권, 28일 출간… 완결!
딸을 위해 살인자가 된 아버지의 이야기 『마이 홈 히어로』의 마지막 권이 출간됩니다! 표지에 그려진 피로한 듯한 아빠의 표정과 “고생하셨어요, 아빠”라는 띠지 문구가 새삼스럽게 뭉클한 이번 권. 가족을 위해 살인과 각종 범법을 저질러왔던 가장 데쓰오의 마지막 무대가 펼쳐집니다. 사실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우리 모두 알고는 있었습니다. 죄를 지르면 죗값을 치르는 것이 인지상정이니까요. 그것이 설령 선의였다 하더라도요. 하지만 어떤 분투와 속사정이 있었는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데쓰오를 향해 죽을죄를 지은 나쁜 인간이라고 말할 순 없네요. 저도 그의 입장이었다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완결권이었습니다. 어쨌거나 데쓰오 씨에게 꼭 말해주고 싶어요, “아저씨, 진짜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
|
|
🎧『언플러그드 보이』 복간 예정
“난 슬플 땐 힙합을 춰.” 명대사와 함께 ‘강현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순정만화계의 전설, 천계영 작가님의 데뷔작 『언플러그드 보이』가 출간 예정입니다. 여고생 지율과 사춘기가 오지 않는 남자친구 현겸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 청춘 학원물 『언플러그드 보이』. 최근에는 아이돌 투어스, 화장품 브랜드 클리오와도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했죠. 30여 년의 세월이 지나도 현겸이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답니다. 이를 가장 실감한 순간은 출간 소식 공개 전부터 ISBN 신청 정보를 보고 연락주신 독자분들의 전화였습니다…! 덕분에 담당 편집자는 설렘 반, 긴장 반 상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채지율, 강현겸, 반고호, 여명명, 이락. 날이 따뜻해지면 그리운 이름들과 함께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
|
|
작년 『일이어도, 일이 아니어도: 만화와 요시나가 후미』를 편집하며 처음으로 텍스트 중심의 도서를 편집해본 만화편집부의 H편집자. 전체 472페이지, 약 200개의 각주를 (눈물로) 정리하며 첫 비非만화 분야의 편집을 해내는 동안 문득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분야의 편집자도 만화를 편집하면 어려울까?” 이 물음에 답해준 것은 문학동네 국내문학팀의 김영수 편집자님. 16년 차 문학편집자가 만화책 초교지 앞에 앉았다! 컷선, 잡티, 말풍선 정렬, 대사 윤문 등 만만치 않은 만화 편집. 다른 분야의 편집자가 처음으로 본 만화 편집은 어떨까?
|
|
|
만화편집자(이하 만편): 《만화다반사》를 통해 만날 독자분들께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문학편집자(이하 문편): 2010년부터 편집 일을 해온 16년 차 문학편집자입니다. 주로 국내문학을 맡고 있고 있는데, 처음에는 해외문학으로 일을 시작해서 해외문학도 종종 하고 있습니다.
만편: 수줍어 마시고 좋아하는 만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문편: 주로 소년만화를 봐왔어요. 해외 그래픽노블도 봤지만 많이 봤다곤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소년만화의 흐름이나 계보들을 쭈욱 따라 읽어왔습니다.
만편: 좋아하는 작품이나 작가가 있으시죠? 예전에 『헌터×헌터』의 작가 토가시 요시히로와 도스토예프스키였나요? 두 작가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신 게 아직도 기억이 나요.
문편: 토가시는 톨스토이입니다. 후쿠모토 노부유키(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작가)가 도스토예프스키죠… 그것 말고도 유명한 만화들은 다 본 편이에요. 만화편집부에서 나온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도 좋아합니다. 자사 도서라 매 권 나올 때마다 잘 보았습니다.
|
|
|
만편: 만화 편집은 정말 처음이신가요? 오는 봄에 출간될 『돈덴』의 초교지를 출력해서 드렸을 때 훑어보시던데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문편: 2010년, 1년 차 때 교양만화를 한 권 기획해서 편집한 적이 있긴 해요. 만화 한 번 해봤으니 만화 편집하면 어떤 포인트를 보면 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교정지를 보면서 현실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난 만화 편집을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교양만화는 어느 정도의 틀과 형식이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어떻게 텍스트를 넣는지가 관건인 것에 비해 『돈덴』은 작가의 표현이 중심인 창작만화다보니 ‘이걸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하나?’ 싶어 막막했습니다. 나중에는 그냥 만화를 감상하게 되어버렸어요…
만편: 재밌게 감상하셨나요?
문편: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식으로 만화를 그릴 수 있구나, 새롭게 느꼈어요. 그래픽노블이라 해도 대체로 강렬한 체험이나 극한 장르를 봐왔는데, 『돈덴』은 상당히 문학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개인의 고뇌를 만화로 그린 게 좋았습니다. 중간중간 채색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걸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만편: 아, 약간 유화처럼 칠해진 장면들이요?
문편: 네, 그런 장면들에서 무척 감정이 잘 느껴졌습니다. 만화라는 게 자유로운 장르구나 싶었습니다.
|
|
|
만편: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만화 편집하면서 특별히 유의해 보았던 부분이 있었나요?
문편: 처음부터 함정에 빠졌다고 느낀 게 너무 그림 위주로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문장의 교정 교열이야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업무니 옥의 티처럼 그림에서 오류를 찾아야겠단 생각에 빠져 있었던 거죠. 나중에 담당 편집자님의 교정지를 보니 함정이었단 걸 알았어요. 대사도 중요하구나 하고… 만화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그런 걸 오히려 놓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편: 아이고, 『돈덴』은 대사가 특히 중요한 만화였는데😅
|
|
|
말꼬리를 인물과 더 가깝게 이동시킨 문학편집자의 교정지
|
|
|
말풍선의 선 보충, 말풍선 속 대사의 정렬을 수정한 만화편집자의 교정지
|
|
|
문편: 문장을 다듬는 윤문보다는 그림과 연출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말풍선, 대사가 들어가 있는 부분 등요.
만편: 별도의 내레이션 박스 없이 배경 위에 적혀 있는 내레이션 대사 같은 것들이 잘 읽히는지, 적정한 위치에 있는지를 많이 보셨더라고요.
문편: 그리고 문학과 달리 만화에서 허용되는 것들, 이를테면 물결(~)이나 준말, 복수의 느낌표를 쓴다거나 하는 것들. 이런 것에 대해 제 안에서 기준이 없었고, 기준을 세우지 않은 채 편집을 하니 어려웠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정돈되지 않은 표현이나 오용하는 단어임에도 넘어갔는데, 또다른 곳에선 고치고… 그 기준이 없었던 게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
|
|
만편: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왔네요. 만화 편집하면서 어려웠던 것을 여쭈려 했거든요.
문편: 말씀드렸지만 어느 정도가 괜찮은 건지를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그간 만화를 많이 봐왔는데 컷선, 외곽선, 말풍선 등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들어가야 하는지, 그런 걸 생각하지 않고 보고 있었네요.
만편: 그 모든 요소들의 조합이 적합하게 들어가 있는 상태로 출간되니까요. 거슬릴 것이 없으니 그 상태가 자연스럽다고 여기며 보게 되죠, 일반적으론.
문편: 또 제가 생각하는 교정 사항을 디자이너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가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서 내레이션 대사가 그림 위에 올라와 있을 때, 대사가 잘 보이게 하고 싶은데 글자 겉을 감싸는 이 선? 이걸 부르는 용어가 있을 텐데…
|
|
|
만편: 글자 아웃스트로크요. 보통은 ‘백白구구리 쳐달라’고 디자이너님께 전합니다. 혹은 흑黑구구리.
문편: 그런 언어를 모르니까 계속 추상적으로 말하게 되었고 답답함이 있었어요. 생각보다 만화 교정 언어가 중요하다 느꼈어요.
만편: 빼다(배경), 야미(명암), 히로(빈틈) 같은 단어들도 있는데, 저도 히로만은 한국어로 정확히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문편: 또 글씨 크기를 키웠으면 좋겠는데 이것도 얼마나 키워야 할지 감이 안 잡혔습니다. 담당 편집자님 교정지를 보니 편집자님은 pt를 다 적어놓았더라고요.
만편: 저는 0.5pt 다운, 0.5~1pt 업, 1~2pt 업 등등 좀 구체적으로 적어두는 편입니다.
문편: 그게 얼마만큼인지 편집할 땐 잘 모르겠습니다. 또 그렇게 수정했을 때 적당할지, 그림과 어울릴지, 어떻게 바뀔지 종합적으로 상상할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
|
|
만편: 그래도 만화를 좋아하시니 만화 편집하면서 재밌었던 부분도 있었다면요?
문편: 텍스트로 이루어진 책은 글자만 보는데, 만화는 연출을 좀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재밌었어요. 감정이 실린 대사는 글자를 키우는 것도, 어떤 편집자는 조금만 키울 수도 있고 또 누구는 더 크게 키울 수도 있는데 그런 식자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
|
|
강조하고 싶은 대사는 서체를 바꾸거나 크기를 키우거나, 다양한 만화 식자의 세계
|
|
|
만편: 저는 여러 서체를 사용하는 것도 재밌어요. 고딕이 잘 맞는 그림체, 명조가 잘 붙는 그림체도 있고, 예쁜 서체는 기억해두었다가 디자이너님께 적용해달라 하기도 합니다.
문편: 제가 주로 보는 소설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바꾸지 않습니다. 신신명조. 본문은 99% 명조.
만편: 본문이 고딕 서체인 소설이나 논픽션 도서는 잘 없죠. 어쩌다 발견하면 ‘헉, 왜 고딕으로 했지?’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요.
문편: 또 생각하는 대사가 있어서 인물이 생각하는 컷을 추가로 그려넣었음 좋겠다고 교정 사항을 적은 부분이 있었는데, 편집자가 작가와 신뢰를 쌓으면 그런 식으로 연출적인 부분에서 의견을 주고받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보다 자유롭게 편집한다는 느낌을 받아서요. 말풍선 모양도 바꿀 수 있고.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재미도 있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
|
|
만편: 그런데 소설도 묘사가 너무 기니까 줄여달라, 이런 식의 의견은 드리지 않나요?
문편: 소설은 그런 피드백이 주로 네거티브한 쪽이에요. 무언가를 더해달라는 이야기보단 쳐내달라는 이야길 하는 거죠. 긍정적인 피드백이 적은 편이에요. 덜어내고 정리해달라는 방식이 기본적인 것 같아요.
|
|
|
만편: 흘러 흘러 소설과 만화 분야를 비교하는 이야기로 넘어왔네요. 두 분야의 편집을 하면서 차이를 크게 느낀 부분, 혹은 생소했던 지점이 궁금해요.
문편: 이것도 있어요. 텍스트 중심의 책은 읽는 방향과 시선이 있잖아요. 한 줄 읽고 아랫줄로, 시선이 그다음에 오는 줄을 따라서만 가면 돼요. 만화도 물론 크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것이지만 사람마다 읽는 순서가 다를 수 있겠더라고요. 누구는 그림부터 볼 수도 있고, 누구는 글부터 읽을 수도 있고요. 텍스트는 독자들이 윗줄 읽고 순서대로 그다음 줄을 읽는다는 당연한 전제로 편집이 이루어지는데, 만화는 각각의 요소들이 최대한 많은 독자들에게 공통적으로, 효과적으로 읽힐 수 있게 배치되어 있는가. 그걸 확인하는 게 가장 큰 차이였습니다. 순정만화 보면 말풍선 바깥에 작가의 손글씨로 적힌 텍스트들이 있잖아요?
만편: 주로 혼잣말인 대사들이 깨알처럼 적혀 있죠.
문편: 그런 것들까지도요. 만화는 그런 면에서 참 입체적이에요. 텍스트 중심 도서는 상하좌우 여백도 정해져 있는데, 만화는 그림이 크게 들어가는 페이지라면 재단도 고려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
|
|
재단선을 넘어가도록 그림을 연장하는 일도 부지기수 |
|
|
만편: 제 교정지도 같이 돌려드렸죠. 비교해서 보니 어떠셨나요? 전 편집자님의 교정지를 보고 제가 과교정을 보고 있지 않나 하는 최근의 고민이 더 깊어졌습니다…
문편: 저는 일종의 체험이라 생각해서 놓친 부분이 많아요. 다시 말하지만 대사들도, 구어적인 대사들을 거의 그대로 두었는데 담당편집자님은 이것도 어느 정도 기준을 갖고 정리하시는구나 싶었어요.
만편: 근데 저 아까 들은 것 중에 계속 생각이 나는데, 소설에선 느낌표 두 개 쓰면 안 되나요?
문편: 안 된다고 봐야죠.
만편: 왜요?
문편: 안 된다고 헌법에 적힌 것은 아닌데 (만편: 그게 왜 헌법에 적혀 있겠어욬ㅋㅋㅋ) 만약 느낌표를 두 개 쓴다면 그 이유가 맥락 안에서 설득될 수 있어야 해요. 설득이 안 될 때가 대부분이죠. 소설에서는 물결도 기본적으로 안 써요. 차라리 실선(―)을 쓰지.
만편: 그치만 ‘철수야아~’랑 ‘철수야아―’는 너무 다르잖아요. 왜 물결도 안 돼요?
문편: 음… 문학에는 ‘Why not’이라는 정신이 있습니다. 기본 틀을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에서요.
만편: ‘왜 안 돼?’ 같은 거네요.
문편: 네, 하지만 저는 ‘Why’를 더 생각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결은 왜 쓰면 안 되냐고 질문한다면 왜 써야 하냐고도 질문해야 한다 생각해요. 물결을 쓰냐 마냐의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독자들의 공통된, 대중적 합의라는 게 문학 작품엔 어느 정도 있고 그 합의와 틀을 깨기 위해선 충분한 설득력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쓰는 소설도 있긴 하고요. 느낌표 두 개의 감정도, 물결로 이어지는 어미도 ‘문장’으로 그려내야 한다, 소설에는 서술이란 게 존재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만편: 소설은 문장으로 서술하라… 너무 멋진 생각이에요. 만화는 글과 그림이 함께하잖아요. 예를 들어 격한 전투 장면에서 다급한 표정을 한 인물이 가시 말풍선으로 큰소리를 외치면, 그에 맞추어서 대사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생각해요. 이탤릭으로 글자를 기울여서 말의 속도감과 긴장감을 전하는 식으로요.
문편: 저는 만화 편집할 때 물결이랑 실선 다 쓰길래 고민했어요. 어떤 건 물결, 어떤 건 실선… 이건 실선으로 바꿔야 하나…? 그런 것도 모르겠더라고요. 느낌표가 복수로 있는 것도, 소년만화나 장르만화에선 가능하지만 그래픽노블에선 안 되지 않을까? 이것도 만화라 허용이 되는 건가? 모르는 게 많아 교정을 소극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만편: 그래도 저나 편집자님이나 공통적으로 교정 본 사항도 있었습니다. 애매한 말풍선의 꼬리 위치라든지, 또 중요한 대사다 싶으면 그 부분을 보다 강조하려는 것도 같구나 싶었어요. 이건 만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다 느낄 수 있나봐요. 저는 누락된 컷선 같은 걸 신경써서 봤는데, 편집자님은 종종 머릿결 같은 것도 보시더라고요. 저는 종종 직접 고쳐드리기도 합니다. 안경을 벗고 잤는데 일어날 땐 안경을 끼고 있다면 안경을 지워드립니다… 그림 수정이 작가님들껜 부담이다보니 그런 자잘한 것들은 최소화하고 싶거든요. |
|
|
만편: 첫 만화 편집. 본격적으로 편집한 만화는 어떠셨나요?
문편: 다음에 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담당 편집자님 교정지를 보면서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초보 편집자일 때는 선배들의 교정지를 볼 때마다 부쩍부쩍 늘잖아요? 저도 교정지를 한 번 봤음에도 많이 배웠어요. 경력자에게 배우는 게 이래서 필요하구나. 역시 경력자는 중요하다. 만화는 전문가에게 맡겨야겠다…
만편: 갑자기 경력 우대를 강조하시는데… 어떠셨나요.
문편: 만화 편집자들은 많은 것들을 보며, 굉장히 다른 눈을 갖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출판업이라는 게 밖에서 보면 그냥 하나의 일처럼 느껴지고, 편집자면 으레 같은 일을 하겠지 하고 보이잖아요. 각 분야에 전문가가 있음을 느꼈어요. 다들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편집하고 있구나… 역시 출판은 재미있어…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만편: 방금 그건 『데스노트』 류크의 대사였나요?
문편: 네, 의도였습니다…
|
|
|
🥝J편집자: 오랜만에 새 명함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회사 명함은 뒷면에 책 글귀를 넣게 되어 있는데요, 몇 년 전 저는 ‘우리는 만화편집부이니 그림을 넣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해 회사 최초로 그림이 들어간 명함을 갖게 됐습니다. 명함에 넣은 그림은 『나의 마녀』 MAS 작가님이 그리신 릴리 이미지였어요. 명함을 만든 때가 『나의 마녀』 마지막 권 출간 즈음이었던 터라, 완간의 아쉬움이 담겼습니다. 귀여운 릴리 덕분에 제 명함은 늘 인기가 좋았습니다. 다들 명함을 한 번씩 더 봐주시고 ‘귀엽다’는 말씀을 건네주셨어요. 이 자리를 빌려 그림 사용을 허락해주신 MAS, 그리고 해윤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사실 제 로망은 제 캐리커처가 들어간 명함을 갖는 것입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저는 그림을 그리는 재주가 전혀 없어서, 캐리커처 선물을 받지 못하면 로망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는… 소원 성취의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안고 오늘도 일하고 있습니다(참고로, 명함의 인쇄 사양은 먹1도 + 별1도입니다).
|
|
|
🍓B편집자: 오랜만에 후속권으로 찾아뵐 타이틀의 편집 작업이 한창입니다. 『서유요원전』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의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본인의 세계관을 가득 담은 단편집으로, 『모로호시 다이지로 극장』이라는 큰 타이틀에 권별로 다른 제목을 붙였습니다. 곧 출간될 3권의 제목은 『미소녀를 먹다』! 제목부터 아주 강렬하지요~? (1권에서 등장했던 ‘악취미 클럽’ 멤버들이 컴백했습니다) 편집하는 내내 그간 읽어온 모로호시옹의 작품 중에서 가장 파격적이고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고 생각했습니다(그만큼 재미있다는 얘기지요… 정말 굉장한 작가님입니다). 다양한 시대와 나라, 인물들이 펼치는 호러, 미스터리, 휴머니즘, 코미디, BL 스토리― 모로호시 다이지로 유니버스가 곧 찾아옵니다!
|
|
|
🍋A편집자: 요새 피크민에 푹 빠져 있습니다. 유저를 야외로 이끌어내며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한다는 기획 의도가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게임이에요. 평소 산책을 좋아하는 저를 위해 만든 게임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걷고 있습니다. 날이 춥거나 먼지가 많을 땐 마스크를 착용하고 걸어요. 두툼한 장갑도 새로 장만했고요. 핸드폰 배터리 방전 이슈로 보조배터리까지 구매하였답니다(완벽하다, 완벽해…). 얼마 전엔 모 작가님께 피크민을 영업하는 데 성공하여 서로 나팔도 불어주고(피크민 게임에서는 지도에 등장하는 버섯을 잡음으로써 여러 보상을 얻게 되는데, 이때 친구추가된 다른 유저에게 나팔을 불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엽서도 교환하며(피크민들은 버섯 작업에 성공하거나 과일 또는 모종을 얻어오며 동시에 사진 엽서를 가지고 온다. 이 엽서를 친구추가된 유저들끼리 교환할 수 있다) 즐겜하고 있어요. 그러다 점심시간에 열심히 걸으면서 문득, 멍멍이와 산책하는 만화 『폰타와 오늘의 산책』의 리에코에게도 피크민을 소개시켜주고 싶더라고요. 아! 『에도 산책』의 주인공에게도 영업하고 싶군요. 그럼 에도에 있는 버섯 작업할 때 나팔을 불어줄 수도 있을 텐데… 하~ 피크민 알려주고 싶다~ 친추하고 싶다~~ 같이 걷고 싶다~~~ 만화다반사 구독자 여러분도 피크민 하시나요? 같이 걸어요!
|
|
|
🍇H편집자: 저는 3월에 만화 합숙을 하기로 했습니다. 만화 합숙이란? 만화를 잔뜩 준비해 오로지 계속 만화를 읽는 금욕적(?)인 합숙을 말합니다. 심지어 이 합숙을 위해 타 지역으로 전지 훈련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합숙의 규칙은 하나, 동료의 추천작은 그 어떤 (쿠소)만화여도 반드시 읽는다. 둘, 첫 권을 다 읽을 때까진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재미없다’는 이야긴 하지 않는다. 셋, 오타쿠 티셔츠를 착용한다… 입니다. 이를 위해서 어제 유니클로에 가서 『기생수』 티셔츠를 샀으며 합숙에서 읽을 만화를 엄선하고 있습니다. 동료가 절대로 읽지 않을 것 같은 만화를 추천할지(ㅋㅋㅋ), 재밌게 볼 것 같은 만화를 추천할지 고민이 됩니다. 이런 걸스나잇, 아니 만화합숙 처음이라 벌써부터 살짝 설레군요. 놀고 읽을 이야기만 한 것 같으니 일 얘기도 좀 해야겠죠? (죽어라 하고 있습니다. 이 《만화다반사》도 일입니다…) 『여학교의 별』, 얼른 찾아뵙겠습니다. 금방 갈게. 뛰어갈게.
|
|
|
🍒C편집자: ‘이토 준지를 즐기기엔 기력이 쇠한 호러만화 애호가 모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 극장 시리즈』의 제3권 『미소녀를 먹다』 교차 편집을 하면서 생각한 바입니다. 초등학생 때 『토미에』 시리즈 중 양조장에서 토미에를 술로 만드는 에피소드를 읽고 경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소녀를 먹다』는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성인이라서 120%로 즐길 수 있는, 아주 매혹적인 작품입니다(대체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냐고요?). 포인트 하나 더. 모로호시 선생님은 호러·SF만화계의 거장답게 ‘인외’에 대한 이해가 아주 탁월하십니다. 인형, 안드로이드, 퍼리… 이 모든 것에 대한 선생님의 은밀한(!)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단편집. 호러·SF만화 애호가라면 절대 놓치지 마시길요! (교정 보다가 크게 웃은 장면을 실어봅니다)
|
|
|
문학동네 comics@munhak.com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