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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월드웹툰페스티벌을 시작으로 10월까지 부천국제만화축제, 경기웹툰페어, 부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등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하는 많은 행사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문학동네 만화편집부는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성수동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열린 출판만화 북 페어 〈하고싶은 만화전〉(이하 〈하만전〉)의 공식 지원사로서 행사의 개최, 진행 그리고 오늘 보내드리는 《만화다반사》를 통한 마무리까지 〈하만전〉을 응원하고 도왔습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출판만화’가 주인공인 북 페어의 진흥을 위해서였지요. 지난 4월에도 독립출판만화 판매전 〈칸새〉의 인터뷰와 견학을 하며 출판만화가 주인공인 북 페어에 대한 독자분들과 창작자분들의 목마름을 확인했기에 이번에는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페어에 함께했습니다(〈칸새〉 역시 앞으로도 함께합니다♥). ‘열기’라는 말보단 ‘따뜻함’이 가득했던 올해 〈하만전〉의 후기를 주최사인 만화 회사 사이드비(sideB)의 정다빈 PD님과 나누어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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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이하 편): 안녕하세요? 올해 〈하만전〉을 무사히 마무리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우선 〈하만전〉이 어떤 행사인지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정다빈PD(이하 정): 다른 북 페어들과 〈하만전〉의 가장 큰 차이는, 〈하만전〉은 ‘만화’가 메인인 행사입니다. 디자인, 아트, 문학 등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참여하는 페어에서 만화는 일부만 차지했는데 〈하만전〉은 오직 만화가 주인공인 행사입니다.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입장에선 이전부터 현재까지 ‘독립만화’라는 것이 늘 존재해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또 이러한 것들이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사였습니다. 그래서 판매뿐만 아니라 주말에는 열두 시부터 여섯 시까지 다양한 공개방송도 준비하며 한국만화를 다각도로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편: 〈하만전〉은 사실 이번이 첫 회가 아니죠. 2021년에 열렸다가 코로나로 오프라인 행사는 잠시 중단, 2024년에 다시 돌아왔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만두지 않고 이렇게 재정비하여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이유와 계기가 있나요?
정: 사이드비는 페어에 대한 기획은 늘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2021년 온라인 전시의 형태로 〈하만전〉이라는 이름을 처음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그사이 제가 입사를 하고 코로나로 인해 축소되었던 행사들도 조금씩 다시 돌아오며 구상만 하던 오프라인 페어를 현실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다음은 많이 도와주신 분들 덕분입니다. 이재민 평론가, 성인수 대표님이 멘토로 활약중인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공간을 후원해준 것이 무척 컸습니다. 단순히 도와주신 것이 아니라 이런 행사를 필요로 하고, 진심으로 잘되길 기대한 분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잘되었습니다.
편: 그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도움이 되었던 부분들이 있다면요?
정: 문학동네와 같은 후원사가 없었더라면 어려웠을 것 같아요. 스태프로 함께해준 서울웹툰아카데미 재학생분들께도 감사하고요. 또 여러 공개방송에 흔쾌히 참여해주시겠다고 한 출연진과 게스트분들의 활약도 컸습니다. 작가, 출판사, 만화를 즐겁게 향유하는 독자분들, 만화와 관계된 모두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공개방송을 기획했는데 현재 저희가 운영중인 팟캐스트들 말고도 다양하게 준비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삐약삐약, 쪽프레스, 만화공업단지 등 여러 출판사와 기획자를 비롯해 이나래, 이종범, 잇선 등의 작가님들께 공개방송 제안을 했는데 모두가 너무나 흔쾌히 참여해주셨습니다.
편: 저도 출판사에 다니는 입장에서 작가님들의 토크만큼이나 흥미롭게 들은 출판사의 공개방송이 있었습니다. 이분들을 모두 섭외하고 대본을 짜느라 고생이 많았을 거 같고요. 일부 공개방송은 미리 와서 줄을 서야 했을 만큼 인기가 많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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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이종범 작가님이 하시는 〈웹툰스쿨〉이 인기가 많았죠. 저희가 오랫동안 운영중인 팟캐스트 〈미학탐구회〉도 이공공구 작가님의 신작 『앨리스, 앨리스』를 다루며 인기가 많았고요, 잇선 작가님의 팬분들은 플래카드를 준비해오며 뜨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정식으로 준비한 건 아니었지만 끝나고 미니 사인회도 열렸는데, 작가님과 소통하는 자리가 있었다는 게 팬분들께는 무척 만족스러운 경험이지 않았나 싶어요.
편: 아무래도 작가님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다보니 어쩌다 이런 자리가 한번 있을 때작가님을 향해 반가움과 응원하는 마음을 남김없이 표현하고 싶어지죠. 저도 잇선 작가님과 살짝 스쳐갔는데 ‘으아아악 저 팬이에요’라고 방언을… 그나저나 개인적으론 공개방송 수가 좀 많다곤 느꼈어요.
정: 저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태프가 있다곤 해도 저나 인수 대표님 같은 총괄자가 공개방송에 들어가야 하다보니 저희가 자리를 비운 시간엔 현장 관리가 어려웠어요. 대신에 내년에는 방송 시간을 좀더 늘리자 싶어요. 이번엔 한 방송이 사십오 분에서 오십 분 정도였는데, 〈미학탐구회〉만 마지막날의 마지막 방송이라 한 시간 삼십 분을 했거든요? 그 정도가 적절했다고 느껴지는 걸 보면 방송 한 번의 러닝타임을 늘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집니다. 내년에도 프로모션 방송 포함해 더 풍성한 구성을 짤 예정입니다.
편: 저는 지원사이자 참관객이자 공개방송의 패널로서 이야길 해보자면, 게스트를 좀더 특별한 분들로 많이 모셔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이번 행사만 해도 작가님들이 많이 놀러오셨던데, 작가님들께서 현장에서 내돈내산한 책들을 자랑하고 소개하는 방송이라든지요. (정: 그것도 재밌을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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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우선 당일 행사를 진행하며 어려웠던 것은 있었나요?
정: 일단 다시 돌아온 첫 회 같은 행사다보니 몇 분이 오실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전 정말이지 행사 오픈 십오 분 전까지 식은땀이 났습니다. 우리가 작가님들과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무도 안 오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 때문에요. 행사 첫날 열두 시가 지나고서야 안심했습니다. 주말은 첫날의 두 배 정도 되는 분들이 오셔서 성황이었습니다.
편: 셀러로 참여하신 작가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하나같이 하시는 말씀이 동선이 깔끔하고 행사장이 쾌적해서 편안하게 부스를 운영하고 있단 것이었습니다. CS가 한 건도 없었다고요?
정: 다행인 일이죠. 붐빌 수밖에 없는 구간은 어쩔 수 없이 있었는데 제가 많이 신경을 썼습니다. 덥고 혼잡하고 인파가 몰릴 것 같은 곳은 줄 정리는 당연하고 에어컨을 끄고 켜며 온도 관리도 신경썼어요. 가장 적절한 동선과 그에 맞추어 흘러갈 인파를 사전에 정말 여러 번 시뮬레이션 했고, 그 덕분에 저희가 생각한 그림대로 흘러갔습니다. 물론 참관객분들 또한 입출구 통제에 협조를 잘해주셔서 가능했던 쾌적함이었습니다.
편: 첫 회인데 그려두신 그림대로 흘러가 다행입니다. 그래도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면요?
정: 모든 게 수월했다는 이야긴 아니고 당연히 힘들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은,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분들이 오셨던 것입니다(웃음).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이런 행사가 필요했고, 독자분들도 창작자분들도 이런 걸 원하고 계셨던 게 맞았구나’ 그걸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게 가장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네요. 이 이상으로 오시면 어떡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어 더 제대로 준비를 해야겠단 계획도 생겼습니다.
편: 어느 정도를 예상했고 실제로는 총 몇 분이 오셨나요?
정: 저희는 1,500명 정도 예상했는데 2,000명이 넘는 분들이 방문하셨습니다. 감동이었던 것은 약 2,000명의 참관객 모두가 정말 만화를 사랑하는 분들이라고 느꼈던 것이에요. 부스 준비하러 아침 일찍 온 작가님들이 설치를 마치고 쉬고 계실 때 이야길 나눴는데, 자기가 만든 책을 좋아하는 독자분들을 만나서 기뻤다 하시더라고요. 단순히 독자 반응뿐만 아니라 책도 빠르게, 많이 나가서 고무적이었습니다.
편: 실질적으론 책을 팔러 나왔으니 그것도 무척 중요한 부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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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셀러분들의 말에 따르면 참관객 수에 비해 책이 잘 나간 편이라고 합니다. 판매 부스로 참여한 출판사 삐약삐약은 올해 여러 지역의 북 페어에 참여하셨는데 〈하만전〉에서 이루어진 판매가 참관객이 더 많았던 다른 행사보다 더 좋았다고 합니다. 만화 잡지를 비롯해 작가들의 개인 작품을 준비한 만화공업단지는 가져온 모든 책을 완판했고, 다른 부스들도 일찌감치 가져온 재고의 판매를 마쳐 통신 판매를 한다는 안내를 걸어두기도 했습니다. 예상 이하로 책이 나갔다는 부스는 없었습니다.
편: 이런 건 내년 〈하만전〉을 참여해볼까 생각중인 작가님들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중요한 정보가 될 듯합니다. 요즘 김천에서 열린 김밥 축제도 그렇고 넘치는 수요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 큰 관심에 어쩔 줄 모르는 행사들이 많은데 저는 그게 좀 좋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왔으면 내년에도 당연히 열릴 테고, 준비를 더 해서 제대로 열리겠구나 싶어서요.
정: 저도 보다 잘 준비해 나아가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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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삐약삐약 출판사의 불키드 작가님이 행사가 마무리될 때쯤에 “여기에 와서 ‘씬’이라는 게 정말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씀하셨어요. ‘씬’이라는 것의 존재를 작가님들도 느꼈고, 저도 느꼈고, 여기 오신 분들도 모두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면, 사실 참관객이 얼마나 왔는지와 상관없이 성공적인 행사라 생각합니다. 보람이 있었습니다.
편: 지난 4월에 앞서 출판만화 판매전 〈칸새〉를 준비했던 란탄 작가님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고 느껴집니다. 씬의 존재에 대한 실감. 여기서 우리가 같은 걸 하고 있고 계속해도 되는구나 하는 자신감. 그런 걸 얻을 수 있는 이벤트에 있어서요.
정: 씬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 있었습니다. 그것이 작년과 올해부터 좀더 눈에 띠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이렇게 활기를 띠며 움직이기 시작한 것들이 지속되길 바랍니다.
편: 이번 행사에서 다빈PD님이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이 궁금해요.
정: 어린이 참관객이 많았던 점이요. 만화를 그리는 초등학교 4학년 ‘이로’ 작가님이라는 분도 오셨습니다. 아이들끼리 또는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이 참관객분들 역시 많았어요. SNS에서 본 품절 소식 때문에 조바심이 나셨는지 마지막날인 일요일엔 오픈 전부터 입장 대기가 있었는데 그 줄에도 어린 분들이 눈에 제법 들어왔습니다. 그게 제겐 참 긍정적으로 보였어요. 이번 행사에서 아이들이 읽을 만한 만화도 많았던 것 같고요. 이런 만화들을 보고 자란 친구들이 나중에 만화를 소비하고 창작한다면, 전에 없었던 굉장히 새로운 것이 탄생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편: 그분들에게 무엇보다 굉장한 경험과 추억이 하나 생긴다는 게 좋죠. 저도 어릴 때 처음으로 만화 행사를 다녀왔을 때 ‘세상에 이렇게 만화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니!’ ‘서점엔 이런 만화 안 팔던데?’ 하고 굉장히 신나고 고무적이었던 경험이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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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셀러로 참여한 창작자분들은 어떤 점이 좋았다고 하시나요?
정: 아마 이 행사의 성격이나 만화를 좋아하는 참관객분들의 특성 때문인 것 같은데, 오신 분들이 실시간으로 책을 보고 감상을 많이 이야기해주셨다고 해요. 바로, 직접적으로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길 들어서 좋았다고 하십니다. 지금 여기는 만화 좋아하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여기에 와 있는 누구든 만화를 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 덕에 좀더 쉽고 친숙히 이야길 나누신 게 아닌가 싶어요. 만화가 원래 그렇지만 독립만화가분들이 독자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좋았다’ ‘잘 보고 있다’ 같은 응원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상황에서 긍정적 이야길 들을 수 있는 장을 만나 셀러분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편: 저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우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이를테면 작가님들끼리 옆 부스와 소통하고 서로 작품을 구매해 감상하시기도 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바로 다음 협업을 도모하기도 하시고요. 그런 식으로 동료를 찾고 의견을 교환하는 장이 3일 동안 마련되었다는 것 또한 창작자분들껜 의미 있는 경험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듣기로는 다양한 기업에서도 방문을 했다고요?
정: 네, 여럿 오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대형 플랫폼, 출판사, 해외 쪽에서도 왔습니다.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고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작가, 판매하는 작품이야말로 그런 다양성과 독특함을 담보하고 있습니다. 이런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어떤 이들이며, 또 어떤 작품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관계자분들께 중요한 일이지 않았을까요. 독자, 작가, 기업 관계자 등 모두가 골고루 방문해주신 행사라서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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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내년도 당연히 생각중이시겠죠? 첫 회로 목표하신 바는 모두 이루셨으니까요.
정: 계획중이고 벌써 반성하는 회의를 마쳤습니다. 한번 잘된 것에서 끝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느냐. 그것이 행사가 끝난 직후 저희에게 당면해 있는 과제라는 것에 입을 모았고요. 내년 10월에 행사가 열리는 것은 확정이고, 매년 최소 1회 이상 개최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편: 회의하며 아쉬웠던 점이나 보완할 점도 이야기 나누셨나요?
정: 인수 대표님, 재민 평론가님, 저 셋이서 분담해서 일을 하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소통이 아주 원활하지는 않았어요. 독자분들, 창작자분들께서는 좋았다곤 하시지만 동선도 좀더 보완하고 싶고요. ‘내년에는 나도 참가하겠다’고 말한 작가님들이 계신데 끝나자마자 내년을 계획하고 있는 입장에선 무척 귀하고 힘이 나는 말씀들입니다.
편: 내년 준비를 위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뭐라 생각하시나요?
정: 마케팅과 사전 홍보를 강화해야 한단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실질적으로 방문자를 늘릴 수 있는, 만화를 좋아하고 방문을 희망하는 독자분들께 행사 소식이 닿을 수 있는 방법이요. 사실상 행사 안내 말고는 이렇다 할 홍보를 많이 못 했거든요.
편: 셀러분들과 공개방송에 참여하는 작가님들의 구성을 더 탄탄하게 해서 티저영상 같은 걸 만들어보면 어떠세요.
정: 맞아요, 그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또 바이럴의 중요성도 느꼈고요. 일요일에 어떤 독자분이 제게 해인 편집자님의 트위터(현 X)를 캡처한 화면을 보여주며 ‘나 이 만화 사고 싶은데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말을 거시더라고요. 확실히 바이럴이 중요하다고 느꼈죠.
편: 제가 그랬잖아요. 금요일에 SNS에 후기들 올라오면 갈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 토요일에 분명 오실 거고, 그런 식으로 후기 보고 온 독자분들 주말엔 더 많을 거라고요.
정: 또 첫 회가 잘되었다곤 하지만 놀고만 있으면 이 흐름과 열기는 당연히 꺼질 수 밖에 없을 거예요. 다음 행사까지 일 년 동안 이 불씨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중입니다. 10월 말의 행사 한 번 준비하는 게 아니라, 일 년 내내 이 씬의 존재와 행사의 존재감을 지우지 않는 것. 그게 저희에게 필요한 일이고 과제입니다.
편: 지원사와 후원금은 역시 다다익선이겠죠?
정: 많을수록 해볼 수 있는 게 다채로워지죠. 더 크고 쾌적한 장소에서 한다든지, 프린팅 티셔츠 서비스나 ‘인생네컷’ 촬영기기를 대여해 포토 프레임을 기획해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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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하만전〉은 어떤 행사가 되고 싶은가요?
정: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하만전〉이 개최된 곳이 성수동인데요, 매주 많은 팝업스토어와 행사가 열리고 다양한 기업도 많이 위치한 동네입니다. 다양한 연령층, 소비자층이 오고 가는 동네다보니, 이번 〈하만전〉에도 ‘무슨 행사하나본데?’ 하고 불쑥 들어오신 분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무료로 보고 갈 수 있는 행사여서 그렇기도 하고요. 그중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분들이 ‘여기 뭐하는 곳이야? 무슨 행사야?’ 하고 들어오시더니 삐약삐약 부스를 둘러보시곤 책 몇 권을 사 가셨다고 해요. ‘열심히 해!’ 하는 응원의 말씀과요.
편: 무척 멋진 일화인데요. (만화 보는 사람들은 계속 봐. 만화 독자분들은 진짜 관성적이에요, 진짜.) 그런데 만화 보는 분들뿐만 아니라 안 보는 분들께 만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드리는 것 또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저도 항상 하는 고민이니까요. ‘독자 층을 확장하라!’라는…
정: 좀더 넓고 많은 분들께 열려 있는 행사를 꿈꿔봅니다. 기존에 만화 많이 보시는 분들은 당연히 포함하고, 만화를 안 보는 분들, 예전에 만화를 보다가 더 안 보게 된 분들도 포섭할 수 있는 행사가 되길 바라거든요. 이 시장이 넓어지려면 만화를 안 보는 분들을 끌어들이는 일이 아주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는데, ‘어, 이게 뭐야? 재밌는데?’ 하고 사 가시는 분들도 꽤 계신 것을 보고 ‘우리 행사가 불가능한 걸 하는 게 아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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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마지막 질문입니다. 11월 중순에 열리는 일본 아마추어 만화 행사 ‘코미티아’가 이번에 150회라고 해요. 〈하만전〉도 한 30회까지는 열린다고 가정해보았을 때 그 긴 시간 동안 가장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너무 많을 테니 이렇게 질문해볼게요. 〈하만전〉이 열리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작가다, 독자다. 저는 작가요.
정: 저는 독자입니다. 작가가 중요하지 않고 필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만화를 그리고 싶어 하는, 창작을 지속하는 분들은 분명히 언제나 존재할 것입니다. 그분들은 〈하만전〉을 계속하지 않아도 늘 계실 거예요. 그런데 독자분들은 이런 게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를 수 있어요. 그러니까, 독립만화나 다양성을 지향하는 만화들의 존재조차 모르는 분들요.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만화와 만화가의 존재를 알고, 지켜봐주는 독자분들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작가님들이 있다, 이런 만화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또 저희가 할 일이고요.
편: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질문에 현답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년 10월에 돌아올 〈하만전〉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성인수 대표님: 개인적으론 상반기엔 홍대의 〈칸새〉, 하반기엔 성수동의 〈하만전〉 이러한 구도가 앞으로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두 행사가 출판만화를 중심으로 하지만 성격도 방향성도 조금 다르고, 하나의 행사에만 관심과 중요도가 치중되는 것보다는 다양하게 갈 수 있는 출판만화 북 페어가 유지되는 것이 이 시장과 독자분들께도 좋은 흐름이 될 것 같습니다.
편: 이 이야기 란탄 작가님께도 전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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