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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본래 이유 없이 태어나서 이유 없이 떠나는걸. 삶은 정말 위대하지. 목적 없이도 살 수 있다니. 하고 싶은 일만 힘껏 하고 떠날 수 있어.” _『정년이』 8권 중에서
10월 《만화다반사》는 화제의 tvN 드라마 〈정년이〉 방영과 단행본 완결을 기념하며 일주일 빠르게 찾아왔습니다. 지난 19일 성수동에서는 『정년이』 단행본 완간 기념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한소범 기자님의 사회로 진행된 북토크에서는 서이레, 나몬 작가님의 최애캐, 캐릭터들의 설정과 미래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북토크 내용을 정리해 『정년이』 특집 호를 준비했으니 아쉽게 못 오셨던 분들도 그날의 분위기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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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LCDC SEOUL 『정년이』 북토크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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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화다반사_문학동네 만화편집부의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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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앨리스』 출간 학원물, 청춘물, 기담, 독특한 2차 창작까지 남다른 상상력으로 단편 작업을 해오신 이공공구 작가님의 신작 단편집 『앨리스, 앨리스』를 자신있게 권합니다. 아들 테오와 엄마 앨리스 사이의 묘한 사랑을 그린 표제작 「앨리스, 앨리스」와, 이사한 동네에서 만난 수상한 괴생물체와의 동거 이야기 「기다릴게」가 충격과 눈물을 안길 겁니다. 죽음이 인간에게 불러일으키는 불합리한 마음과 인지의 왜곡. 거기서 어떠한 사랑의 선택을 내린 앨리스가 눈물겨워요😭 올가을 앨리스가 여러분 마음을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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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SF 명작 만화 『총몽』 제3부의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총몽 사가를 완성하는 최종장인 만큼 독자분들이 후속권 출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죠. (드디어 나왔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0권에서는 납치당했던 요코의 행방, 해묵은 악연을 끊어낼 코인 vs 자폴로의 결투와 늘 거짓말을 해서 진심을 알 수 없었던 에리카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23일부터 전자책 선출간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것도 알려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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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타와 오늘의 산책』 5·6권 동시 출간 나만 댕댕이 없어😭 그 허전함을 달래줄 폰타×리에코 콤비가 돌아왔습니다! 가을은 산책하기 참 좋은 계절이지요. 엉뚱하고 다소 뻔뻔하며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리에코와, 그런 리에코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폰타의 독백. 폰타의 나이 따라 계절 따라 골라 읽는 재미가 가득한 일상 코미디, 피식피식 웃음 터지는 그들의 산책길을 함께 걸어보아요. 전자책도 절찬 서비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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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8권 출간 삼 작가님의 『하네되』 이번 표지의 주인공은 페르온입니다. 8권 내용만 보면 메데이아의 오빠 데키스를 세웠어야 했나 싶은데 작가님과 상의하여 이아로스, 헬리에 이어 주요 등장인물인 페르온을 우대(?)하게 됐어요. 페르온의 컬러가 붉은색인데 덕분에 지금 계절과 잘 어울리는 표지가 완성되었네요(브라운+민트 조합을 작가님께서 마음에 들어하셨다는 후문을 전하며). 권말 부록으론 ‘화실일기’가 수록되었는데요, 올여름 태국, 방콕 행사에 다녀온 삼 작가님의 후기와 사진이 공개되니 주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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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탐정 아케치 고로』 9·10권 출간 맛 따라 멋 따라 살인사건 따라… 일본 전역을 누비는 아케치×이치고 콤비! 이번 사건은 나가노현의 가루이자와라는 곳에서 벌어집니다. 저는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이 지역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일본 내에서 사랑받는 고급 휴양지라고 합니다. 교통이 썩 좋지는 않아서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해요. 편집하는 동안 이런저런 검색을 하다 가보고 싶은 일본 여행지에 추가되었습니다. 참, 『미식탐정 아케치 고로』는 10권으로 1부가 완결됩니다. 권말에는 단편만화도 실려 있으니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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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피어즈』 6권 출간 예정 사랑과 꿈이 가득한 뱀파이어들의 여섯번째 이야기가 28일 출간됩니다. 이번 권에서는 흑막 ‘기카’의 세력에게 이치카가 납치를 당해요. 아리아와 그의 친구들은 무사히 이치카를 구출할 수 있을까요? 한편, 이런 와중에도 뜻밖의 서브 커플이 탄생!!! 서브 커플이 누구와 누구인지는 비밀이에요… 저는 메인 커플보다 이쪽이 더 마음에 든답니다? 응원합니다, 이 커플. 이들이 오래오래 사랑할 수 있게 해주세요… 서브 커플은 책에서 확인해주시고, 6권에 이어 7권까지 2024년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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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고쿠라초 장인 이야기(가제)』 1권 출간 예정 에도의 어느 마을을 배경으로, 그곳에 사는 장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간다 고쿠라초 장인 이야기』가 곧 출간됩니다. 물통, 칼, 염색, 다다미 등 여러 장인들의 일화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지는 이 만화는 최근 만화편집부에서 소개한 타이틀 중 가장 압도적으로 화력이 ‘폭발’하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저자 사카우에 아키히토는 이 만화로 〈이 만화가 대단하다!〉 3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신인상을 거머쥐었답니다🏆 생동감 넘치는 이 만화의 매력을 꼭 종이책으로 느껴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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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 WEBTOON ⓒ 2019. 서이레 나몬 All rights reserv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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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극배우 될라고요. 지도 돈 벌고 싶당께요!”
2019년 ‘부자 되고 싶어서’ 국극배우가 되겠다고 한 정년이의 외침이 2024년 배우의 목소리가, 연기가 되어 우리의 귀와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드라마 〈정년이〉. 벌써 2주 차입니다. 본방 사수하고 계신지요🤗? 1950년대를 이끈 최고의 대중예술이자 소리, 춤, 연기가 어우러진 종합예술 ‘여성국극’. 웹툰 〈정년이〉는 우리 역사에 분명히 존재했지만 다소 생소했던 예술 장르를 조명하고 이리 봐도 여자, 저리 봐도 여자💙만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이 된 사랑과 성장 이야기로 단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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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4.8%의 시청률로 첫 방송을 내딛은 〈정년이〉는 매 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4회(20일 방영분)는 12.7%를 기록했습니다. 화려한 여성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화제성이 컸는데 방송을 보니 방영 전 화제가 무색할 만큼 놀라운 배우들의 연기(흙감자 그 자체의 김태리 배우)와 소리(정말로 방자가 되어버린 신예은 배우), 그리고 머리를 자르고 문옥경으로 변신한 정은채 배우의 비주얼에 1950년대 당시 남역배우와 웨딩사진을 찍은 팬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있습니다.
오늘 《만화다반사》에서는 지난 19일 열린 『정년이』 단행본 완간 기념 북토크에서 나눈 풍성한 이야기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사회는 한소범 기자님이 맡아주셨는데요, 『정년이』 단행본 1권이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연락을 주시고 첫 매체 인터뷰를 진행해주신 기자님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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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리님께서 “영화 〈아가씨〉에 나온 숙희 역의 김태리 배우를 보고 정년이를 떠올렸다”는 작가님들의 초기 설정 이야기를 담은 한국일보 기사를 보셨다고, 유튜브 방송을 통해 언급하시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모두가 오랜 시간 기다리고 응원했던 『정년이』. 바쁘신 와중에도 독자분들을 꼭 만나고 싶었다는 작가님들은 첫 북토크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셨을까요? 작“여태까지 받아본 적 없었던 신선한 질문”이라 하셨는데, 지금 그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1. 아직도 얼떨떨한 『정년이』의 흥행
Q. 2024년 부천만화대상 대상에 선정되었습니다. 이로써 2019년 오늘의우리만화상에 이어 한국 만화상을 석권한 셈이 되었는데요. 단행본 완결과 함께 이번 상을 받은 소감을 들려주세요.
이레: 저는 여태껏 ‘주류’의 이야기를 해오진 않았어요. 『정년이』가 저의 네번째 작품인데, 그동안에도 인기 있을 만한 이야길 하진 않았어요. 『정년이』를 처음 시작할 때도 어려운 작품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앞으로 이런 거 계속해도 되겠는데?’ 하는 생각을 갖게 해준 작품입니다.
나몬: 부천만화대상은 단행본과 함께 받은 상이라 좋았어요. 저 역시 낯선 소재 때문에 걱정이 있었지만 저한테 『정년이』는 꼭 해야만 했던 이야기였고, 그런 이야기로 상을 받아 무척 기쁩니다.
이레: 저희 둘은 ‘분명 흥행은 힘들 거야’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당시에 여러 사회적 사건과 흐름이 이어지며 시대를 잘 탄 듯해요. 감사하게도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2. 드라마 〈정년이〉, 울면서 봤어요
Q. 드라마 첫 방은 어떻게 보셨나요? 보시고 여기저기서 연락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이레: 같이 봤어요. 첫 화의 무대 미술이 무척 훌륭하고 의상도 화려해서 놀랐어요. ‘1화에서 이 정도면 나중엔 어떨까’ 싶을 정도로 앞으로도 기대가 큽니다. 2화의 신예은 배우님의 방자 연기장면은 다른 연출 없이 연기로만 당시 국극단의 연습 현장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켜야 했던 장면이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이 드라마 됐다😭!!!’ 하는 생각이 확 들었죠.
나몬: 저는 울면서 보았어요. 정년이가 정자 언니와 헤어질 때 눈물이 났어요. 그리고 정년이가 목포 시장에서 〈남원산성〉을 부르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얼마나 배우분들이 노력을 많이 하셨을까요… 이레: 드라마 제작은 온전히 제작사에 맡겼고, 사진 자료나 대본 등 참고 자료를 적극적으로 지원해드렸어요. 드라마 촬영 현장에는 한번 놀러간 적이 있는데, 세트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제가 돈만 있었다면 부수지 말고 보존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나몬: 전 드라마 현장에서 같은 장면도 3-4회씩 찍는 걸 보고 정말 많은 공이 들어가는구나 싶어 놀랐습니다. 드라마는 훨씬 화려하게 묘사가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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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배우와 팬들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Q. 『정년이』의 시작에 대해선 이미 많이 이야기를 들려주셨죠. 국문과 수업에서 처음 국극을 알게 되셨다고요.
이레: 처음 『정년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때 친구가 건네준 논문이었습니다. 국극배우들과 팬들의 인터뷰가 실린 논문이었는데, 처음엔 국극 그 자체보다는 배우와 팬들의 묘한 ‘동성 친밀성’에 관심이 갔어요. 굉장히 흥미로운 관계였어요. 이어서 ‘왜 100년도 안 된 예술이 이렇게 존재감이 적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몬 작가님과 의기투합을 하게 됐습니다. 유일하게 충남대학교 도서관에 대본 자료가 3권 있어서 인맥을 총동원해 자료를 구했던 고생이 기억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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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몬: 그리는 사람의 입장에선 시각 자료가 많이 없으니 힘든 점이 있었어요. 그런데 여성국극을 온전히, 그대로 재현하는 게 저희의 목적이 아니고,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여성국극을 만들어보자 싶어 이야길 시작했습니다. 고증에만 너무 연연하지 말자구요. 일본의 여성 가극단인 다카라즈카도 함께 보러 간 적이 있는데, 그때의 감상과 경험도 적극 활용해 이미지화했습니다.
4. 영서는 ‘유부녀 취향’?😱
Q. 편집자님의 제보입니다. 『정년이』의 초기 설정에 따르면 주란이는 원래 죽을 운명이었고, 영서는 지금보다 훨씬 마더 콤플렉스가 심했다고요?
이레: 처음 『정년이』는 완전히, 백퍼센트 백합물, 퀴어로맨스 중심의 이야기였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파스텔다방’은 실제 70-80년대 명동에 있었던 레즈비언 커뮤니티 ‘샤넬다방’에서 따온 것인데요. 70-80년대에 갑자기 레즈비언 다방이 생길 리 없다, 50-60년대부터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보았죠. 처음엔 이 레즈비언 다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주란이, 그곳을 들락날락하는 손님이 영서였습니다. 주란이는 옥경이를 사랑하다가 죽는 캐릭터였고, 마더 콤플렉스가 심했던 영서는 유부녀를 유달리 좋아하는 설정의 캐릭터였죠. 정년과 부용의 로맨스도 처음부터 쭉 있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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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몬: 지금 들어도 전 이대로도 좋은 것 같아요😊 크고 대중적인 플랫폼에서 연재를 하게 되면서 여러 초기 설정들을 조금씩 조절하게 되었습니다.
이레: ‘여성국극’을 알리자는 목표도 저희에겐 있었기 때문에 보다 보편의 성장 서사로 방향성을 잡게 되었습니다.
5. 『정년이』 속 캐릭터들은 어떻게 됐을까?
Q. 많은 독자분들이 이야기가 끝나고 난 후 캐릭터들이 어떻게 살았을지 궁금해하세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신다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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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매란을 나간 문옥경은 배우로 대성하진 못했을 거예요(웃음). 문옥경은 ‘남성성’을 연기하는 데 재능이 있는 국극배우니까요. 당시 영화판에는 이런 옥경에게 어울리는 역할은 아마 없었겠다 싶어요.
나몬: 부용이는 작가가 됐을 것 같습니다. 안 쓰면 못 사는 아이라서요. 글을 발표하지 않아도 정년이를 만난 후 얻게 된 영감으로 계속 써나갔을 거예요.
6. 현대 여고생이 된 『정년이』 속 캐릭터들
Q. 단행본에 실린 네컷만화의 배경이 현대의 예술고등학교입니다. 『정년이』 속 캐릭터들이 오늘날의 여고생이었다면 다들 어떤 진로를 택하고, 또 어떤 아이들이었을까요?
이레: 아이돌보단 무대에 올라가는 연기자가 됐을 것 같아요. 서사가 있는 예술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라서요. 무대 위에서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아이들이랍니다.
나몬: 사실 국극 외에 다른 분야를 상상해야 한다는 게 조금 슬퍼요. 저도 정년이는 연기자를 할 것 같아요.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이 되는 예술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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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정년이가 고등학생이었으면 아마 급식을 일등으로 먹는 친구가 아니었을까요? 점심 먹기 전에 매점 가고, 석식 먹기 전에 매점 가고, 하여튼 잘 먹고 잘 뛰어다니는 그런 아이요. 영서는 선생님이 까먹으신 숙제 같은 게 있으면 굳이 손 들고 ‘선생님 오늘 숙제 있었는데요?’라고 하는, 반에 한 명 있을 법한 성실한 모범생이 떠올라요.
나몬: 저는 초록이나 원철이가 흔히 여자고등학교에 있을 법한 친구들 같아서 좋아요.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친구 초록이와 그 옆에 무덤덤한 친구 원철이. 정년이는 의외로 인기가 많은 아이일 것 같습니다. 학교에 이상하게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바쁜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런 모습이 떠오릅니다.
Q. 자신과 비슷한 『정년이』 속 캐릭터를 꼽아본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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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주변에선 정년이와 제가 닮았다고 해요. 저도 숏컷트여서 머리가 짧았었거든요. 물론 하는 행동도 비슷하다 그러고요. 제 스스로는 백도앵과 닮았다고 생각해요. ‘엘리트’라고 하는 똑똑한 도앵이의 내면에는 많은 고민과 모종의 여성 혐오도 있죠.
Q. 강소복과 채공선 중에서 한 분을 선생님으로 삼아야 한다면 어떤 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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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두 분 다 썩…😅 차라리 우리소리국악단의 남희 단장이 좋습니다.
나몬: 저는 강소복이요. 그 훌륭한 배우들을 키웠다면 교육자로서 나름 인증이 된 거 아닐까요? 채공선은 워낙에 천재 타입이라 누굴 가르칠 수 있으실까 싶어요.
Q.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도 당연히 있으시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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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누가 중심인 에피소드를 그리냐에 따라 달라졌는데, 지금은 부용이요. 부용이의 이야기를 덜한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이 드네요.
나몬: 정년이요. 작품을 그릴 때 정말 힘이 들었는데, 결국 무엇이든 해내려 하고 해내는 정년이를 그리면서 저도 힘을 얻었거든요.
7. 못다 한 『정년이』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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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단행본에만 실린 특별 단편만화 「조연의 일」에서는 도앵과 숙영이가 선생님을 꿈꾸던 과거 시절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그리고 싶었는데 못 그린 인물들의 관계성이나 에피소드가 또 있나요?
이레: 꽤 생각이 나는데, 혜랑과 옥경의 첫 만남을 못 그렸어요. 이 둘이 처음 만난 설정을 꽤 구체적으로 짜놨거든요. 혜랑은 어렸을 때 기생집에 팔려간 아인데, 정말 말을 안 듣는 아이였습니다. 옥경은 명창 선생님과 소리 공부를 하며 전국을 도는 아이였고요. 우연히 옥경의 노래를 들은 혜랑이 그에 반해서 말을 잘 듣는 아이로 거듭나고, 그런 둘이 함께하게 된다는 이야길 다 짜놓았는데… 도저히 연재분에는 이 이야길 끼울 구간이 없더라고요😭
나몬: 저는 주란이의 과거요. 주란이는 작품 후반부에 조금 나오지만, 죽을 날만 기다리며 반송장처럼 사는 아이였어요. 그러다가 옥경을 보고 생명력과 삶의 에너지를 얻게 됩니다. 구체적인 콘티까지 짜놨고, 그리면 재밌고 아끼는 에피소드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그리지 못했네요.
8. 고생 많았던 연재 시절, 에피소드 비하인드
Q. 연재를 하면서 가장 좋아했던, 또 가장 힘들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레: 이 질문을 듣고 작업 파일을 열어봤는데 제가 마지막 에피소드의 10화 정도 분량은 28번 정도 고쳤더라고요. 물론 다른 화의 대본도 10번씩은 수정하는 편인데, 정말 어려웠어요. 하나 생각난 게 있다면 영서가 고미걸 연습을 할 때 이야기가 잘 안 풀렸어요. 영서가 처음에는 주란이와 함께 연습을 안 했는데 둘을 같이 연습 시켜보니, 그때부터 이야기가 풀리기 시작했어요. 영서와 주란이가 계속 붙어 있으려고 하더라고요? 둘이 알아서 뚜벅뚜벅 이야기를 향해 걸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몬: 캐릭터들이 그렇게 스스로 움직이는 걸 느낄 때 저도 몰입이 확 되어요.
이레: 한편 부용이가 목 부러진 정년을 찾아 목포에 갔을 때는 말 그대로 물 흐르듯 써졌습니다. 두 사람이 키스하는 장면부터 부용이가 정년이의 손을 잡고 ‘아직도?’라고 묻는 장면까지, 둘이 움직이는 걸 제가 받아적는 기분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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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몬: 원래 바닷물이 짜다고 하는 대사는 대본에 없었어요. 둘의 키스신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어려웠죠. 그치만 어떻게든 두 사람이 키스를 했다는 암시를 하고 싶어서(웃음) 그 바닷물이 짜다는 대사를 추가했어요.
9. 시작과 끝, 지금의 마음가짐
Q. 연재를 시작한 2019년으로부터 5년이 흘렀습니다. 연재를 마친 지도 꽤 시간이 흘렀죠. 그사이 단행본, 창극, 드라마화가 되어 널리 나아가는 『정년이』를 보며 마음가짐이 달라지셨나요?
이레: 뭐가 달라졌나 고민을 해봤어요. 『정년이』를 처음 시작할 땐 정말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이거 완전 재밌을 거고, 빨리 독자분들께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차서 용기 있게 시작했어요. 지금에 와서는 내가 보고 싶었던 국극이 뭐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독자분들, 관객분들, 시청자분들은 어떻게 보셨을지도 궁금합니다. 연재할 땐 연재로 바빠서 생각할 틈이 없었는데 이제야 여러분의 마음이 궁금해집니다.
나몬: 전 처음엔 ‘빨리 부용이랑 정년이 목포에서 키스시켜야지!’하는 생각뿐이었어요(웃음).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작중에서 극을 세 번 올려야 했죠…😂 처음 수상 인터뷰 때 제가 목표로 ‘완결’을 이야기했더라고요. 완결의 대단함에 대해 실감해요. 완결작품을 가진 모든 작가님들이 대단하다 생각합니다. 더 많은 준비와 건강한 몸을 갖추고 앞으로도 작품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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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편집자 : 봄과 더불어 야외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덕분인지 행사 소식도 많이 들려오네요. 9월 월드웹툰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부천국제만화축제, 경기웹툰페어, 하고싶은만화전에 부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도토리박람회까지. 행사가 많다는 건 그만큼 만화와 웹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의미겠죠? 또 그 수많은 행사 뒤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애쓰신 분들이 숨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만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우리 만화들이 넘치는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영상화 이슈 풍년에 하루가 멀다 하고 신간을 출간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우리 만화편집부 구성원들에게도 호재가 없다고 일이 줄어드는 건 아닐 테니(?), 조금만 힘내자는 말 같지도 않은 격려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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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편집자 : 10월에는 만화 행사도 많고,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상 작품들이 많이 공개되었습니다. 부천국제만화축제에 가서 만화를 사랑하는 분들의 기운도 나눠 받고, 드라마 〈정년이〉를 보면서 때아닌 문옥경에게 입덕하고 말았습니다…(아니 정은채 배우님 너무 잘생긴 거 아니시냐고요~♥)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애니메이션도 보고, 곧 공개될 〈지옥〉 시즌2도 너무너무 기대하면서 단행본 『지옥 부활자』를 읽는 요즘입니다. (1권 초판 부록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자꾸자꾸 보고 싶어요) 만화 행사와 즐거운 소식이 가득해서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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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편집자 : 『극락왕생』 10권을 편집하면서 발견한 부분입니다. 집중선과 그림들의 경계가 부자연스러워서 체크를 해보니 클립스튜디오의 클리핑 기능이 풀려 있는 것이더라고요. 종종 클튜 파일을 PSD 파일로 내보내기 할 때 클리핑이 풀리는데 대체 왜 풀리는 건지 의문입니다. 프로그램의 기현상으로 인해 매의 눈을 하고 이런 걸 찾아야 한다는 게 가끔 힘이 듭니다. 전 평범한 인간의 눈으로 살고 싶은데…😇 인간의 눈 하니까 『데스노트』의 ‘사신의 눈’도 떠오르네요. 사신의 눈을 갖게 되면 시력이 3.6까지 올라가는데 그 정도의 시력이면 클리핑이 풀린 이미지들을 더 잘 찾을 수 있게 되려나요? 제가 지금 뭔 소릴 하는 거죠? 하지만 진짜 사신의 눈을 장착하게 되어도 다행입니다. 사신의 눈을 가져도 본인의 수명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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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편집자 : 저녁 메뉴는 주로 그날 본 교정지에 따라 정해지는 편입니다. 처음 그걸 깨달은 건 『초지일관! 벌거숭이 츠즈이씨』에 나온 명란 우동에 대한 욕구를 참지 못한 나머지 퇴근 후 면을 삶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얼마 전에는 『푸른 꽃 그릇의 숲』에 등장하는 카르보나라 파스타와 만두가 왜 이리 맛있어 보이던지… 이틀에 걸쳐 메뉴들을 소화시키고 나서야 비로소 만족감을 얻었답니다. 교정지에 뇌가 지배당한다는 게 바로 이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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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comics@munhak.com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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